
노동절부터 어린이날, 부처님오신날까지... 생각만 해도 기쁜 5월, 이 직장인의 흙빛 얼굴엔 연꽃 같은 미소가 번진다. 왜 특정 종교의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가, 왜 이리도 쉬는 날이 많은가에 대해서 다소 논란의 여지도 있었으나... 노는 건 좋으니까 아무래도 좋다. 5월은 1년 중 가장 날씨가 좋은 시기라 전국적으로 지역축제, 꽃놀이가 성행하고 상춘객이 많아 매우 북적거리는 달이다. 그래서 오늘은 5월에 가볼만한 전북지역 문화유산 몇 곳을 소개해본다.
푸르른 5월, 필자는 산으로 간다. 더위를 피해 한여름에 가도 좋지만, 한여름의 산과 봄철의 산은 다르다. 등산도 좋지만 산에는 숨은 보석들이 많다. 먼저 산성이다. 남원의 교룡산성, 무주 적상산성, 완주 위봉산성 등 유적도 있고, 도시 외곽에 위치한 남원읍성, 고창읍성 등 읍성도 있다. 군사적 목적으로 축조된 시설이지만 지금은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사색을 하는 공간으로 더 익숙하다.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왜 이곳에 성을 쌓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과거에는 적의 움직임을 살피던 자리였겠지만, 지금은 그 풍경 자체가 하나의 위안이 된다. 무엇보다 성은 일정하지 않은 크기의 돌들이 서로 기대며 이어져 있다. 완벽하게 맞물린 구조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을 견디며 조금씩 닳고 틈이 생기고 다시 보수되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그 시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성곽의 매력이다. 무너진 성터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럴싸한 성벽이 없어도 무너진 돌무더기를 보며 옛 모습을 상상해보면 산이 다르게 보인다.
산에 있는 또 다른 숨은 보석은 마애불이다. 마애불은 자연 암벽을 이용해 조성된 불상으로,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식을 보여준다. 남원 개령암지 마애여래좌상, 신계리 마애불, 노적봉 마애여래좌상, 사석리 마애여래좌상, 완주 수만리 마애석불 등 전북동부지역에도 여러 마애불이 많다. 큰 바위 표면에 석공이 매달려 오랜 시간 정으로 쪼아 조각했을, 바위에 새겨진 부처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하다. 감은 듯 뜬 듯 날카로운 눈은 어디를 향하는 걸까. 긴 시간 한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사람의 염원의 대상이었을 부처의 앞에 오늘은 내가 서 있다. 무엇보다 마애불은 다양한 위치에 여러 형태로 조성되어 각각의 느낌이 다르니 계절을 달리해 여러 번 찾아볼 만하다.
부처님이 오신 달이니 사찰도 빼놓을 수 없다. 남원 실상사, 완주 화암사, 고창 선운사, 김제 금산사, 부안 내소사 등 전북 지역에 유서 깊은 사찰이 많다. 실상사는 신라 말 전국에 문을 연 아홉 개의 대표 선문(禪門) 가운데 첫 사찰로, 지리산자락 마을과 어우러지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화암사는 고려 때 중창하여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하앙식(下昻式) 구조로 목조 건축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선운사는 신라 진흥왕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도솔암 마애불과 동백숲 등 자연과 결합된 사찰 경관이 특징이다. 금산사는 백제 때 지은 절로 알려져있으며, 미륵신앙의 중심지로서 국내 유일의 3층 법당인 미륵전이 남아 있는 곳이다. 내소사는 백제시기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조선중기 이후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독창적인 대웅보전, 진입로 전나무길 경관이 특징이다. 이처럼 전북의 사찰들은 창건 시기와 종파, 건축 양식이 다양하여 불교사뿐 아니라 건축사와 지역사의 흐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니 여러번 가보시길 추천한다.
한편, 전북동부 문화유산돌봄센터는 국가유산청과 전북특별자치도청의 지원을 받아 도내 동부권역 8개 지역의 390개소 국가유산을 관리한다. 국가유산의 정기적인 상태 모니터링과 재질별 전문 모니터링, 경미한 수리와 일상적 관리를 통해 예방 보존하고 있으며, 국가유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존 및 관람환경을 개선한다. /최유지(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 모니터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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