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삼지장보살상

전북 고창 선운사 지장보궁에서 보존 중인 금동지장보살좌상은 우리나라 지장보살상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유물이지만, 한때 일본으로 유출되는 고초를 겪었다. 1936년 절도범 3인조가 훔쳐 거금을 받고 일본에 팔아넘기면서다. 그런데 2년 만인 1938년, 이를 소유한 일본인이 자수하듯 고창경찰서에 연락해 불상을 돌려보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보살상을 소장하는 이마다 꿈속에 지장보살이 나타나 "나는 본래 고창 도솔산에 있었으니 그곳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무시했던 소장자들은 병이 들거나 사업이 기우는 등 악운이 이어졌다고 한다. 결국 견디지 못한 마지막 소장자의 연락으로 선운사 스님과 경찰들이 직접 일본 히로시마로 건너가 행방불명됐던 보물을 되찾아 왔다.

영험한 사연이 서린 지장보살상을 비롯해 선운사가 보유한 '삼지장보살'이 함께 서울 나들이를 한다. 22일부터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도솔산 선운사-선에 들고 구름에 눕다'는 선운사 내에서도 지장보궁·도솔암·참당암으로 나눠 모시고 있던 세 지장보살상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지장보궁 보살상 단독으로는 2010년에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획전을 통해 소개된 바 있지만, 세 보살상이 한꺼번에 나온 건 최초다.

세 지장보살은 각기 지옥과 천상, 인간 세상에서 중생을 교화하고 구제하는 역할을 나눠 맡았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까지 조성된 시대가 각기 다르지만, 두건을 쓰고 세 줄 장식 목걸이를 하는 등 공통점도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장인 서봉 스님은 "중생 모두가 성불한 후에 자신도 성불하겠다는 지장보살은 대승불교의 상징"이라면서 "삶에 지치고 고단한 우리 시대에도 따뜻한 벗이자 동반자로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국보 1점과 보물 11점 등 81건 157점의 성보가 전시돼 올해 국내 문화유산 전시회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며 전시기간은 4월 22일부터 7월31일까지다.

이번 특별전의 최대 백미는 지장신앙 성지인 선운사의 정수인 ‘삼지장보살상(三地藏菩薩像)이 서울나들이를 해 한자리에 모셨다는 점이다. 선운사 지장보궁의 금동지장보살좌상(보물), 참당암 지장전 석조지장보살좌상(보물), 도솔암 내원궁 금동지장보살좌상(보물)이 사찰 창건 이래 최초로 한자리에서 공개중이다.

고려후기에서 조선초기에 조성된 삼지장보살상은 독존으로 봉안된 사례가 극히 드물어 불교조각사적으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이번 삼지장보살의 서울 나들이는 각기 다른 도량에서 중생을 살피던 삼지장보살상을 서울 도심 박물관의 공간에서 친견할 수 있는 전무후무한 기회다.

이번 특별전은 전란의 상처를 딛고 불교문화를 꽃피운 ‘선운사의 저력’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조성된 ‘선운사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보물)’의 복장유물과 불화와 불상 등은 당시 불교 예술의 압도적인 규모와 화려함을 증명하는 성보다.

또한 선운사의 암자인 도솔암과 참당암을 비롯하여, 내소사, 동국사, 개암사, 문수사, 덕림사, 구암사 등 각기 다른 역사와 예술성을 간직한 명찰들의 성보가 공개된다. 이는 조선시대 불교 미술의 정점을 찍었던 전북 지역 불교 예술의 흐름과 역동성을 한자리에서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특별전에는 선운사가 품어온 찬란한 성보뿐만 아니라, 그 성보를 지키고 새로운 정신을 불어넣었던 역사 속 거장들의 삶에도 주목한다. 선운사 선지식, 특히 조선 후기 선(禪) 논쟁의 중심이었던 백파 긍선스님과 근대 불교의 학문적 토대를 닦은 석전 영호스님의 문화유산을 통해 선운사의 정신적 뿌리를 확인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임진왜란(1592년) 이후 화의가 깨지고 1597년(선조 30) 정유재란으로 왜군이 전북지역으로 쳐들어와 피해를 입은 상처를 딛고 불교문화를 화려하게 꽃피운 선운사의 저력을 확인하는 전시회다. 또한 지난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이 화재로 전체 건물이 피해를 입은 아픔을 극복하고 불교중앙박물관이 재개관후 여는 첫 특별전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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