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파이어족

인생의 모든 시간을 오로지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다면 얼마나 가치가 있나. 드라마 ‘위기의 X’에서 8억원을 모은 김대리가 퇴사를 선언하며 외친 한 마디죠. ‘파이어( 파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재정적 독립, 조기 은퇴)’족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로망’이다.

‘만학도 지씨’ 미미가 노후 대비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드러냈다. 27일 공개된 넷플릭스(Netflix) 일일예능 ‘만학도 지씨(연출 정도담, 제작 TEO)’ 6회에는 경제, 재테크 미디어 어피티 박진영 대표가 출연해 국내 주식 전망부터 자산 배분, 노후 대비 전략까지 보다 심화된 투자 인사이트를 전한다. 앞서 뼈아픈 주식 실패담을 전하며 화제를 모았던 지석진은 네버엔딩 질문 세례로 흥미를 안긴다. 반면 미미는 전문가로부터 ‘재테크 꿈나무’로 인정받는다.

공격 투자형 지석진과 안정형 미미는 또 다시 극명한 투자 성향 차이를 드러낸다. 특히 ‘한 번에 10억 vs 매월 300만 원’ 밸런스 게임에서는 상반된 선택을 한다. 미미가 “죽을 때까지 300만 원을 받겠다”고 선택한 반면, 지석진은 “한 방에 들어와야죠”라며 10억을 택한다.

노후 대비에 대한 이야기 중 중간에 해지하면 불이익이 큰 ‘연금 계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지석진은 “전 중간에 깰 수도 있다. 저희 같은 P(즉흥형)들은 못한다”고 토로한다. 이어 30~40대에 자산 소득으로 조기 은퇴를 목표로 하는 ‘파이어족’이 언급되자, 미미는 “저는 100살까지 일할 것. 죽기 전까지 일할 것”이라며 확고한 가치관을 드러낸다.

파이어(FIRE)족은 '30대 말~40대 초반에 조기 은퇴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수입의 70~80%를 저축/투자하여 연 생활비의 25배 이상 자산을 마련, 근로소득 없이 배당 및 투자 소득으로 자립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들은 일반적인 은퇴 연령인 50~60대가 아닌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회사 생활을 하는 20대부터 소비를 줄이고 수입의 70~80% 이상을 저축하는 등 극단적 절약을 선택한다. 파이어족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가 금융 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자라 온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이다.

파이어족들은 원하는 목표액을 달성해 부자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덜 쓰고 덜 먹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이어족은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주택 규모를 줄이고 오래된 차를 타고 외식과 여행을 줄이는 것은 물론 먹거리를 스스로 재배하기도 한다. 조기 퇴사가 부러운 건 단순히 사표를 던졌다거나 그럴만한 재력을 갖췄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그들에겐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매일을 근면성실하게 사는 이보다 투자를 성공한 파이어족이 선망의 대상이 된다.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전쟁이 일어나면 사상자와 전쟁의 잔혹성보다 급등하는 방산주 종목이 화제다. 오랜 역사를 통해 인류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가치들이 돈 앞에서 무력해지고 있다. 노동절을 앞둔 오늘, 갑자기 서글퍼진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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