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꼭지에서 쏟아지는 이 빛의 시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신명옥 '팔월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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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도서관(지은이 신명옥, 펴낸 곳 파란)'은 신명옥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으로, '트램펄린'. '색채론', 팔월의 도서관' 등 55편이 실려 있다.

'이곳은 책들의 집, 소리는 반입 금지/종이 속 문장을 드나드는 눈들/페이지 넘기는 소리, 하품 소리, 볼펜 굴리는 소리, 신발 끄는 소리//유리창에 비치다/

양버즘나무 푸른 잎사귀 속에 열린 열람실/가지 위에 걸려 있는 나/유체 이탈 영체처럼 여기에 있으면서 저기와 거기 편재하는 나//거센 바람과 폭우는 출입 금지/유리 동굴 안에서 넘긴 쪽수만큼 깊어진다 믿으며, 오늘보다 내일이 환해진다 여기며,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홀로그램 속에서, 유령처럼 앉아 있는 동안 환영처럼 사라지는 날들//구름에 걸린 벽시계가 울리다/빗줄기가 오른쪽 뺨에 걸린 살구나무 가지를 흔들다/우산 든 행인들이 책상과 나를 유유히 통과하다//내가 사용하지 못한 바깥의 날들/팔월이 몽땅 오토바이에 싣고 능소화 핀 돌담을 뚫고 빠르게 지나가다//('팔월의 도서관 '전문)

신명옥의 시를 통해 그동안 대립적으로 인식되어 온 여러 개념이나 생각들이 재구성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선형적 도식이 소멸하면서 다양한 수평적 타자들이 어울려 웅성거리는 소리를 그 안에서 듣게 된다. 그의 시가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생성과 소멸, 진화와 퇴화 같은 것들이 분절적 개념이 아니라 한 몸으로 묶여 있는 양면적 운동임을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또, 그의 시 안에서 삶이라는 것이 단선적 사건들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채 흘러가는 것이고, 서정시가 자기 충실성을 벗어나 타자들의 구체적 삶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임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그의 시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아름다운 형상으로 보여 주면서, 그것을 가장 완결성 있고 개성적인 형식으로 담아낸 세계였다고 할 수 있다. (이상 유성호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시인은 "어둠을 건너온 별이 또렷해질 즈음, 늦게야 찾아낸 고원의 이름, 그곳으로 가기 위해 더듬이를 접는다. 바랑에 어느 것을 넣을지 망설이는 동안

빈 가지에 눈이 쌓인다"고 했다.

시인은 군산에서 태어나 강릉에서 자랐고, 강릉교육대학교와 상명여자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6년 '현대시'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해저 스크린'. '팔월의 도서관'을 썼다./이종근기자





[추천사]



신명옥 시인은 빛의 환상곡을 기록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 떠도는 “빛의 시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팔월의 도서관]에 전시될 책을 쓴다(「판타지아」). 시인은 빛과 함께 거주하면서 빛의 내면을 파고든다. 이 시집에서 빛은 대상을 다르게 보이도록 만들지만 동시에 화자의 존재를 변이한다. “나뭇잎 틈으로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가장 나이고 싶은 모습을 찾아”(「판타지아」) 모험을 떠나는 화자는 “물억새 틈에 핀 개양귀비 붉은빛에 놀라” 물길을 헤엄치는 존재가 된다(「참숭어들」). 시인은 빛이 그려 내는 풍경의 면면을 단숨에 의미화시키지 않고 오래도록 바라본다. 현실이라는 고통이 꿈속으로 흘러갈 때까지 삶을 견디는 태도를 보인다. 풍경에 가닿은 빛은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으로 전환된다. 시인은 그 순간을 언어로 받아 적는다. 빛을 베어 물고 삶을 통과하는 시인의 자세는 사랑의 모습과 닮았다. 시인은 “모든 곳을 보는, 모든 것을 아는, 그래서 침묵하는, 나는 저 빛에 공명하는 바람”이라 명명한다(「춤추는 우주」). 빛과 침묵 사이에서 공명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이다. 사랑은 빛의 속도처럼 빨라서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풍경에 묻은 빛은 색을 바꿔 가며 영원히 존재한다. 빛은 사랑처럼 존재의 곁에서 끊임없이 반사된다. 시인은 “세계가 빛깔을 잃고 황량할 때 부드러운 기억”을 언어로 재현한다(「빛과 그늘의 대화」). 이 시집은 어두워지는 우리의 삶에 언어로 빚은 빛을 제시한다. 삶의 가로등이 점멸하는 시간, 이제 우리가 촛불을 들고 [팔월의 도서관]에 들어갈 차례이다. “모호해서 넘긴 페이지 속으로 새벽을 깨우는 빛의 폭포와 윙윙거리는 한낮”으로 들어갈 시간이다(「숲속의 독서와 음악」). 빛이 도달하지 못한 씨앗이 있듯이 아직 읽지 못한 페이지가 있다는 것은, “능소화 핀 돌담”을(「팔월의 도서관」)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가능성인가. 시인은 “나는 아직 해님의 빛을 담아야 할 빈칸이 많다”고 노래한다(「아직」). 빛의 시학으로 풀어낸 사랑의 세레나데가 여기 있다.

―정우신 시인







[저자 소개]



신명옥

전라북도 군산에서 태어나 강릉에서 자랐다.

강릉교육대학교와 상명여자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6년 [현대시]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해저 스크린] [팔월의 도서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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