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길목]봉동생강, 뿌리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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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봉동에서 자라온 생강은 단순한 지역 특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이 땅의 흙과 사람, 그리고 삶이 함께 빚어낸 하나의 역사이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농업 문화 그 자체다.



봉동은 우리나라 생강 재배의 시배지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히 먼저 재배를 시작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한 작물이 한 지역에 뿌리내리고, 재배 기술과 종자가 축적되며, 그것이 다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과정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봉동은 한국 생강 농업의 ‘원류’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전국 곳곳에서 재배되는 생강의 뒤편에는 봉동에서 시작된 시간의 축적이 놓여 있다.



이러한 역사성과 가치는 국가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봉동의 생강 재배 시스템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며, 단순한 생산 활동을 넘어 보존해야 할 농업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특정 작물의 우수성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재배 방식과 공동체,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하나의 ‘유산’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때다. 봉동 생강이 지닌 역사성과 전통, 그리고 공동체적 가치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등재를 충분히 검토할 만한 자산이다. 농업은 단순한 생산 행위를 넘어 세대를 거쳐 전승되는 지식과 기술, 그리고 삶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무형문화유산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봉동 생강 역시 재배기술과 종자 관리, 공동체 중심의 생산 방식이 결합된 ‘살아있는 전통’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지역과 광역의 역할이다. 봉동은 시배지로서의 역사성과 현장의 실천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온 주체로서, 재배기술의 보존과 전승, 농가 지원, 그리고 지역 공동체 기반의 지속 가능한 농업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책무가 있다. 동시에 광역 차원에서는 이를 지역의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국가중요농업유산의 체계적 관리와 더불어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정책적·행정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기초와 광역이 역할을 나누고 협력할 때, 봉동 생강의 가치는 비로소 세계로 확장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봉동 생강의 보존과 계승, 그리고 세계화를 더 이상 선언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완주군과 전북특별자치도는 봉동 생강을 중심으로 한 농업유산 보전 및 활용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포함한 중장기 정책으로 공식화해야 한다. 단발성 사업이나 행사로는 이 가치를 지켜낼 수 없다. 제도와 예산, 행정이 결합된 ‘정책’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미래가 열린다.



우리는 흔히 농업을 산업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생산량과 가격, 경쟁력의 논리로만 평가하려 한다. 그러나 봉동 생강이 보여주는 것은 그 이상의 가치다. 그것은 세대를 거쳐 이어진 삶의 방식이며, 지역이 스스로를 지켜온 시간의 기록이다. 이러한 유산은 단순한 경제적 논리로 대체될 수 없고, 그렇기에 더욱 지켜내야 할 이유가 된다.



봉동 생강은 말한다. 뿌리는 단순히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우리가 이 이름을 지켜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심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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