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군산 구시청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세월호 군산 기억 모임, 군산 발전 포럼, 4.16 재단 등에서 함께한 이번 행사는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개최되었다.
이번 기억식은 ‘진실과 생명안전을 향한 노란빛 동행’ 이란 슬로건을 가지고 시작하였는데, 수많은 군산 시민들과 본 행사 참여자가 함께 모여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였다.
행사는 총 8개의 부스와 오후 공연 및 본식으로 이루어졌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부스는 심폐 소생술 체험, 노란 리본 만들기 및 나누기,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의 세월호 팔찌 및 키링 만들기, 직접 제작한 엽서에 편지를 써서 유가족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기억 엽서 쓰기’, 그리고 환경 안전 지킴이 부스 등 다양한 주제의 부스가 운영되었다. 또한, 청소년들이 함께한 안전 사회 캠페인과 노란색 목마가렛 꽃을 헌화하는 ‘기억 꽃 나눔’ 이 진행되었다.
오후에는 다양한 공연이 진행되었는데, 조인호 작가의 붓글씨 퍼포먼스와 시낭송, 랩 공연, 발달 장애인 예술단 ‘그랑’의 수어 댄스 공연, 시민과 함께하는 플래시몹 진행 등 수많은 공연이 진행되어 이전까지의 슬픔을 유도하는 진행과 반대로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함께 간직하고 추모하는 순서였다.
본 행사 중에는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선언문 낭독이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의 청소년들이 직접 작성한 선언문이었다. 청소년을 위한 안전 사회와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 것을 강조하였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이다.
안전사회를 위한 청소년 선언문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경,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이 탑승해 있었고, 그중 304명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배는 천천히 기울고 있었고, 충분히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선내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가 반복되었고, 구조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참사는 피할 수 없는 사고가 아니라,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
12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묻는다. 왜 구조하지 못했는가. 왜 책임지지 않는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시간만 흘렀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비극은 세월호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수많은 사고들이 반복되었고, 그중에는 조용히 잊혀진 참사들도 많다. 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사회는 충분히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질문한다. 왜 어떤 죽음은 “놀러 가서 생긴 일”로 치부되는가. 왜 어떤 생명은 “어리기 때문에” 판단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지는가. 청소년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지켜줘야 하는 존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시민이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지킬 수도 있는 존재다. 청소년을 하나의 ‘사람’으로 보지 않는 시선은, 참사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고 구조의 문제를 가리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세월호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이것은 시스템이 실패한 결과이며, 우리가 반드시 돌아봐야 할 사회 구조의 문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많은 청소년들은 살아갈 수 있었던 시간과 가능성, 선택의 기회를 빼앗겼다.
기억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다.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이 사회는 달라진다.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이한 우리는, 기억을 넘어 변화로 나아가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국가는 참사를 인정하고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사고 이후의 대응은 또 다른 문제였다.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12년을 지연시켰다. 앞으로의 모든 재난에서 국가는 신속하게 인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수습해야 한다.
둘째, 안전은 모두를 위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청소년의 안전이 지켜지는 사회는, 결국 모두의 안전이 지켜지는 사회다.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청소년의 권리와 참여를 보장하라. 청소년은 재난의 당사자가 될 수 있음에도, 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되어 왔다. 우리는 주장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우리의 삶과 안전에 관한 문제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넷째, 책임 없는 사과를 멈춰라. 사과는 형식이나 보상이 아니라,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태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진정한 사과는 책임을 인정하고 변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다섯째, 우리는 기억하고 행동한다. 기억은 슬픔을 반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세월호를 단순한 비극이 아닌 ‘막을 수 있었던 참사’로 기억하며, 그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계속해서 질문하고 행동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선언한다.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는 사회가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는 사회를, 청소년을 배제하는 사회가 아니라, 함께 결정하는 사회를, 생명이 우선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기억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의 질문과 행동도 멈추지 않는다.
2026년 4월
달그락달그락 청소년자치기구연합회 일동
다음은 기억식 운영자인 살맛나는민생실현연대 문규옥 국장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이 행사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벌써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2년이 됐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안 되었고, 가족들은 아직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거리에서 싸우고 계십니다. 유가족분들이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 처벌이 끝나서 일상으로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누군가는 기억하고 함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기억식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또 이 기억식이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우리가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짐이자 그 힘을 키우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12년이 지났는데도 왜 계속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아직도 세월호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구조하지 않았고, 국가에 의한 폭력이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그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계속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한 학생은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됐을 당시 살아 있었고, 병원으로 바로 이송했으면 살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헬기가 다른 이유로 이동하면서 그 학생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고 결국 사망했습니다. 이 사실조차도 5년이 지나서야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일들이 많기 때문에,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 관련 기록들이 공개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유가족에 대한 사찰도 있었습니다. 이런 점들을 보면 여전히 밝혀져야 할 진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기억해야 합니다.
■ 앞으로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하고,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태원 참사 등 많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회가 충분히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또 안타까운 점은 일부에서는 이런 아픔을 공감하기보다 혐오나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비슷한 아픔이 발생하더라도, 유가족들이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우리가 함께해야 합니다. 혐오와 증오로부터 그분들을 지켜주고,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결국 바라는 것은, 더 이상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고, 누구도 혼자 남겨지지 않는 안전한 사회입니다.
이번 기억식은 많은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참여로 의의가 더 컸다. 특히 청소년의 선언문과 이전과는 다른 진행 방식으로 시민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다음은 선언문 낭독에 참여했던 강태건 청소년(17세, 남)은 “청소년들도 있지만 일반 시민 분들도 함께 희생된 사건이기 때문에, 이 상황을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달그락을 대표해서 선언문을 낭독하는 만큼, 꼭 기억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청소년 시점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사건이 청소년들에게 일어난 사건이고 많이 안타까운 일을 당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는 더 많이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독려했다.
1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정확한 진상을 모른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서, 앞으로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알아야 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면 앞으로 더 많은 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세월호 참사를 단순한 사건으로 봐서는 안 된다. 모두가 같이하면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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