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래현의 ‘작품(1970년대 초반, 털실, 하수구망, 태피스트리, 131×129cm)’이 처음으로 선을 보인다.
평남 남포에서 태어나 군산에서 성장한 우향 박래현(1920–1976)은 동양화, 판화, 태피스트리 등 매체 간 경계를 넘나든 선구적 여성 작가이다.
‘작품’은 검은색의 털실로 배경에 해당하는 사각의 틀을 짜고, 그 위에 스테인리스 하수구 마개를 배치해 완성한 태피스트리이다. 하수구 마개, 커튼 고리 등 일상용품을 화면에 입체적으로 조합한 그의 작업은 196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던 콜라주 기법인 아상블라주를 연상케 한다.
1937년부터 경성관립여자 사범대학에서 수채화와 동양화를 배우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 귀국 후 1946년 첫 개인전을 열었고, 남편 김기창(1913-2001)과의 부부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활동했다. 1956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대통령상 수상, 1957년 백양회 창립 등 한국화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고, 1967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대표로 참여한 뒤 미국 유학을 결심한다. 뉴욕 프랫 그래픽 아트센터와 밥 블랙번 판화 공방에서 판화를 익힌 박래현은 이후 동양화, 판화, 태피스트리를 융합한 작업을 전개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2일부터 MMCA 과천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과 ‘한국근현대미술 II’를 새롭게 단장, 작품들을 공개한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전시는 한국미술 100년사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는 260점의 대규모 소장품 상설전으로, 그간 ‘N차 관람 전시’, ‘국가적 소장 가치가 있는 명작을 가까이에서 보는 기쁨’, ‘한국미술이 걸어온 길과 시대별 작가들의 고민을 깊이 느낄 수 있는 구성’ 등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아왔다. 올해는 다양한 작가와 작품으로 개편하여 한국미술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 4, 5, 6전시실에서 채용신, 구본웅, 임군홍, 이인성, 이영일, 정찬영, 박래현, 김기창, 이응노, 박수근, 김환기, 박서보, 박생광, 서승원, 유영국, 윤형근, 이성자, 최욱경, 안규철, 이불 등 160여 명의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270점을 선보인다.
‘한국근현대미술 I’(5,6전시실)에서는 3개의 ‘작가의 방’ 중 오지호와 이중섭이 각각 ‘이인성’과 ‘박수근’으로 교체된다.
‘한국근현대미술 Ⅱ’(3,4전시실)에서는 기존 ‘김환기’, ‘윤형근’ ‘작가의 방’은 유지하고 전시 일부 작품을 교체한다. 전시작 총 260점 가운데 약 25%의 개편으로(1부 56점, 2부 13점 총 69점) 한국미술사를 더욱 다층적인 관점으로 선보인다.
‘한국근현대미술 Ⅰ’은 이인성, 박수근 등 새로운 작가의 방을 선보인다.
‘작가의 방’ ‘이인성’에서는 천재화가로 손꼽혔던 이인성(1912~1950)을 소개한다. 풍부한 색감이 돋보이는 이인성의 수채화 ‘계산동 성당’(1930년대), ‘카이유’(1932), ‘주전자가 있는 정물’(1930년대), ‘여인의 초상’(1940년대 초반)을 비롯. 대표작 11점을 통해 작가의 작업세계를 조망한다.
‘작가의 방’ ‘박수근’에서는 한국근대미술 대표화가 박수근(1914~1965)의 195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한국전쟁 직후의 풍경과 인물 군상을 담은 유화 20점과 드로잉 23점 등 43점을 선보인다. 골목길에 모여 노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춘일(春日)’(1950년대), ‘유동(遊童)’(1963), 길에 앉아 있는 노인의 모습을 담은 ‘노상’(1960년대)과 ‘노인들’(1960년대), 시골 마을의 풍경을 담은 ‘초가집’(1963)과 ‘농촌 풍경’(1960년대) 등 전후 사회상을 작가의 독특한 표현기법으로 담아낸 작품과 함께 작가의 드로잉이 함께 전시되어 일상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렸던 성실한 작가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 한국근현대미술 Ⅱ’는 ‘김환기’, ‘윤형근’ ‘작가의 방’을 유지하는 한편, 한국미술사를 다양한 작품과 다각도로 조망하고 전시의 선순환을 지속하기 위해 전시 일부 섹션의 주요 작품을 교체한다. 한국근현대미술의 흐름에서 오랜 기간 주변화되었던 여성 미술가들을 재조명한 5부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에 공예 작품을 더하여 매체와 장르적 다양성을 더한다.
박래현의 태피스트리 ‘작품’(1970년대 초반)을 포함, 수집 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정정희의 ‘힘’(1984), 이기순의 ‘유고슬라비아의 해변’(1982) 등을 만날 수 있다. 10부 ‘형상의 회복과 현실의 반영’에서는 오윤의 ‘춘무인추무의’(1985), 정정엽의 ‘집사람’(1991), 윤석남의 ‘어머니2-딸과 아들’(1992)과 함께 극사실주의 회화로 잘 알려진 고영훈의 입체 작업 ‘스톤북’(1987)을 처음 소개하며, 민중미술, 여성주의 미술, 극사실주의 작품 등을 추가로 선보인다.
또. 미국 스미스소니언미술관의 이건희컬렉션 국외순회전을 마치고 돌아온 안상철의 ‘청일’(1959)도 이번 개편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다. 새롭게 개편된 과천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과 ‘한국근현대미술 II’에서 만날 수 있는 이건희컬렉션 작품은 모두 69점이다.
이와 함께 전시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7월부터는 상시 참여공간에서 소장품 교육자료를 열람하거나 관객 서로 간의 감상기를 공유하며 작품 감상의 다양한 방법을 경험하는 ‘MMCA 감상블록’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7월 21일부터 8월 16일까지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이 상설전을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활동지와 색연필이 포함된 교육 키트를 과천관 로비에서 배포한다.
한편, 이중섭, 오지호 등의 교체된 작품들은 ‘MMCA 지역동행’, ‘이건희컬렉션 국외순회전’ 등을 통해 국내 지역 미술관과 영국 브리티시뮤지엄 등을 순회하여 한국미술의 매력과 가치를 전할 예정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조망하는 소장품 상설전은 한국미술의 정체성과 미학적 가치를 전하는 핵심 기반 전시”라며, “이번 개편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작가의 방과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이 한국미술을 보다 다층적으로 심도있게 이해하고 감상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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