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TV를 켜면 트로트(Trot)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트로트는 시대에 뒤떨어진 노래로 인식되기도 하였지만, 2010년 각 방송사의 트로트 대결 프로그램 등장으로 부활하였다. 특히 2019년 TV조선에서 미스트롯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젊은 트로트 스타들이 대거 탄생하며 K-pop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어렸을 적부터 판소리를 전공했던 국악계 유망주들이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트로트 신동으로 떠오르며 다양한 감정을 완벽히 표현하는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쟁쟁한 성인 가수들을 제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모습은 놀라울 따름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가수는 단연 1986년 전남 진도 출신의 송가인이다. 그녀는 광주예술고와 중앙대 국악과에서 판소리를 전공한 전통 예인의 유망주였다. 2010년 어머니 권유로 KBS 전국노래자랑 진도 편에 출연해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2012년 싱글앨범 <산바람아 강바람아 사랑가>로 가요계에 데뷔하였다. 이후 2019년 제1회 TV조선 ‘미스트롯’에서 영예의 ‘진’을 차지하며 스타가 되었다. 이제 송가인은 완전히 판소리계를 떠나 트로트계로 전향한 후 각종 수상 경력과 광고 출연 등으로 가요계를 통틀어 보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최근 인기를 구가하는 1985년 전북 순창 출신의 강문경 가수는 필자와 함께 2000년대 조통달 선생께 판소리를 전공했던 예비 판소리 명창이었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하여 고등학생 때는 수궁가 완창 발표회를 가졌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판소리 공부를 중단하고, 약 5년간의 준비 끝에 2014년 이태호의 곡인 <아버지의 강>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데뷔하였다. 그러다가 2020년 SBS ‘트롯신이 떴다 2’에 출연하여 최종 우승하며 이름을 날렸다. 이어 2024년 MBN ‘현역가왕 2’에 출연하여 다시 한번 주목받고, 준결승 2라운드에서는 1위를 기록하며 결승에 진출했고, 준결승 MVP로 선정됐다.
필자는 2019년 고창군에서 개최하는 제32회 전국어린이판소리왕중왕전 대회의 심사를 한 적이 있다. 이 대회에 참가하여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차지한 어린이가 김다현과 김태연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판소리꾼이었다. 김다현은 2009년생으로 아버지께 판소리를 배웠고 큰아버지도 판소리 명창이다. 2020년 MBN 보이스 트롯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였다. 2012년생인 김태연도 4살 때부터 판소리를 배우며 국내외 여러 국악대회에서 수상하며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았다. 김태연의 가족은 근대 5명창으로 꼽히는 김창환 명창의 후손이다. 김태연도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2’에서 최종 4위를 차지하며 트로트 신동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렇듯 김다현과 김태연은 판소리계를 떠나 트로트로 전향하여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판소리를 배우다가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가수들이 적지 않다.
판소리를 배워 명창이 되기까지는 대략 30년 정도의 오랜 기간 학습과 독공 등의 수련 과정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뿐만 아니라 경제적 뒷받침이나 후원 등의 뒷바라지가 필요하다. 판소리에 입문하여도 각고의 노력 없이는 명창의 반열에 오르기도 어렵거니와 국공립단체에 입단하지 않는다면 생계를 유지해 나가기가 쉽지 않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렇지만 트로트 가수로 인기를 얻게 되면 훨씬 쉽게 명성과 경제적 수입을 얻을 수 있어 판소리 길을 가기보다는 트로트 가수로 전향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판소리꾼은 오랜 학습과 수련으로 공력을 다지게 되면 단전의 아랫배와 허리의 힘을 쓰는 법을 조금씩 터득하게 된다. 그리고 성대의 담금질 과정을 통해 단단한 힘과 목구성을 가지게 되고 각양각색의 시김새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러한 기본 바탕이 튼튼히 다져지면 트로트 가요의 멋을 구사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판소리를 배우며 음을 흔들고 꺾는 갖가지 시김새와 극적인 상황에 맞는 다양한 성음을 표현하는 능력을 충분히 익히면 트로트의 정형화된 반복적인 리듬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고 나아가 한국인의 정서에 담긴 한과 흥, 사랑과 슬픔 등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태(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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