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식비 부담을 느낀 시민들 사이에서 한 끼에 1만원 이하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이른바 ‘거지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중동쟁 장기화로 고유가·고환율·고물가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청년층의 소비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식비를 줄이기 위한 '초절약' 흐름이 확산되면서 한 끼 1만원을 넘지 않는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거지맵'과 실제 주문 없이 배달앱 이용 과정을 그대로 재현한 '가짜 배달앱'까지 등장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경제심리 위축과 채용시장 둔화가 이어지면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식생활 흐름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짜장면 한 그릇 가격 3000원, 칼국수 4000원, 곰탕 5900원 등 가성비 식당이 학생 등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초가성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한 청년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거지맵은 고물가 생존 필수 앱"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거지맵'은 절약팁 등을 공유하는 오픈채팅방 '거지방'에서 시작됐다. 제작자는 '거지'라는 단어를 대하는 젊은 세대의 해학을 담았다. '거지'는 돈을 극단적으로 아끼며 절약하는 사람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이 용어는 과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서로의 지출을 감시하고 절약을 독려하던 '거지방' 문화에서 유래했다. 단순한 절약을 넘어, 고물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저렴한 식당이나 무료 서비스가 있는 장소를 공유하는 지도 서비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당 지도엔 메뉴별 가성비 식당 정보가 정리돼 있다. 이용자가 식당 상호와 카테고리, 메뉴명, 가격 등을 입력해 제보하면 간단히 등록되는 구조다. 이용자는 식당 검색은 물론 등록된 매장의 후기 열람과 작성이 가능하고, 사이트 내 커뮤니티를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남긴 주관적인 맛 평가인 별점도 함께 제공된다. 지난달 20일 출시 이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약 2주 만에 이용자 57만명을 끌어모았다. 조회수는 100만회에 육박한다.
가성비 트렌드는 식품·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선양소주는 한 병이 20년 전 수준의 가격인 '착한소주 990'을 서울 등 전국에 출시했다. 파리바게뜨는 소용량·저가 제품 수요에 맞춰 '한입 브레드' 제품군을 늘렸다. 노브랜드 버거를 운영하는 신세계푸드도 기본 구성에 집중한 버거 단품 가격을 2000원대 중반으로 낮췄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식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청년층의 식비 부담이 실제 생활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와 맞물려 있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21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식료품비는 80만원으로 전체의 37.6%를 차지, 가장 높다. 중동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물가 상승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수요는 더욱 늘 것 같다. 오늘은 '거지맵'과 '가짜 배달앱'을 클릭하고 싶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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