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길목]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기업생존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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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의 안전에 관한 관심은 분명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안전관리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안전관리 인력을 두고, 위험요인을 점검하며, 시설을 개선하는 과정이 당장의 비용 부담으로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며, “설마 우리 회사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겠는가?”라는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안일한 판단의 결과 사고가 발생할 경우, 안전에 투자하지 않은 ‘비용’은 결국 훨씬 더 큰 ‘손실’로 되돌아온다.



실제 최근 전북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프레스 설비 작업 중 근로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한 제조업체의 사례를 보자. 해당 설비는 이미 여러 번 위험요인이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안전 덮개 설치와 비상정지 장치 보완이 미뤄진 상태였다. 이 사고로 해당 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게 되었고, 대표자는 형사입건되었다.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수십 건이 적발됐다. 공장은 즉시 작업중지 명령을 받았고, 장기간 가동을 멈춰야 했다. 여기에 유족에 대한 손해배상금과 합의금, 벌금 및 과태료까지 더해지면서 수억 원대 비용이 발생했다.



결국 이 기업은 단 한 번의 사고로 수년간 쌓아온 거래처를 잃었고, 금융기관 신용도까지 급격히 하락했다. 문제는 이 사례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곳곳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무너지는 기업이 반복되고 있다. 아끼려 헸던 안전비용이 결과적으로 기업 존립 자체를 흔드는 손실로 돌아온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이미 전담 조직을 두고 체계적인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대응 매뉴얼과 조직이 갖춰져 있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전라북도 지역의 산업 구조를 보면 상황은 다르다. 소규모 제조업, 농공단지, 건설, 기타 사업 등 관련 사업장 등 대부분이 중소규모 사업장이다. 이들 기업은 인력과 비용의 한계로 인해 체계적인 안전관리 구축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핵심은 거창한 시스템이 아니라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 조치를 하고, 반복적으로 점검하고 기록을 남기는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즉, ‘현장 중심의 단순하지만, 지속 가능한 안전관리체계’만 갖추더라도 법적 리스크는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오히려 문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다. 체계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곧 처벌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제 안전관리는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 전략이며,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경영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중대재해 한 번이면 기업의 신뢰, 거래, 금융, 인력까지 모두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안전에 투자한 기업은 사고 위험 감소, 생산 안정성 확보, 거래처 신뢰 확보라는 세 가지 이익을 동시에 얻는다.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시대에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단 하나다. ‘준비한 기업인가, 준비하지 않은 기업인가.’ 전라북도 중소기업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완벽한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의 안전관리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안전을 비용으로 보는 기업의 사고로는 냉혹한 이 현실을 극복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안전에 투자하지 않은 결과는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모두 명심해야 한다. 지금 안전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사고 이후 모든 비용을 한 번에 치를 것인가?.이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제 기업인들은 더 이상 ‘안전’을 회피할 수 만은 없는 시대적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대비하여야 한다. 이제 안전을 비용으로 보는 기업은 사라지고, 안전에 투자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임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윤진식(신세계노무법인 대표노무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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