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제24교구본사 고창 선운사의 천년 법맥과 전북 불교문화의 흐름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 특별전이 서울에서 열린다.
선운사의 세 지장보살상과 고승진영, 석씨원류응화사적 목판을 비롯, 내소사 동종, 묘법연화경 사경 등 교구 내 국가유산 국보와 보물 등 귀중한 성보가 대거 서울나들이에 나선다.
선운사의 창건과 중창, 수행과 신앙, 그리고 지역 불교문화의 형성과 전개를 입체적으로 풀어낸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선운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전북 지역 불교문화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조계종 총무원이 주최하고 불교중앙박물관과 제24교구 본사 선운사가 공동 주관하는 특별전 ‘도솔산 선운사, 선(禪)에 들고 구름에 눕다’가 22일부터 7월 31일까지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내 불교중앙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본·말사에 전해 내려오는 성보를 중심으로 전북 지역 불교문화의 형성과 특징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엔 부안 내소사 동종 등 국보 1건과 보물 11건, 전북유형문화재 13건을 포함, 모두 81건 157점의 성보가 출품된다.
고려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불교미술과 경전, 기록유산이 망라돼 선운사의 역사성과 문화적 위상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 전시는 선운사의 역사적 전개와 재건 과정 속에서 축적된 불교문화유산과 법맥을 종합적으로 조명하는데 목적을 둔다.
이번 특별전은 선운사라는 특정 사찰의 역사에 머무르지 않고, 한 지역 불교문화가 어떻게 형성되고 전승돼 왔는지를 종합적으로 조망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선과 신앙, 예술과 문헌이 어우러진 전시는 한국불교의 다층적 면모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시회 구성은 선운사 본·말사 전체를 소개하는 영상과 맥락을 전달하는 사진 및 영상으로 도입 공간을 구성했다. 이어 6개의 세션으로 구성해 선운사 본말사의 문화유산을 조명한다.
전시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선운사의 정체성과 신앙, 수행 전통을 단계적으로 풀어낸다. ‘선운사의 삼지장’에서는 도솔암과 참당암 등에 전해지는 지장보살상을 통해 신앙의 중심을 조명하고, ‘선운사의 창건과 역사’에서는 사적과 중신기, 불화와 조각 등을 통해 사찰의 형성과 중창 과정을 짚는다.
우선 첫 번째로 선운사의 삼지장을 배치했다. 선운사 삼지장(선운사 도솔암 금동지장보살 좌상, 선운사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 선운사 지장보궁 금동지장보살좌상)은 80-97cm에 이르는 큰 규모의 불상으로 독존상으로 조성된 우리나라의 지장상과 신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도솔암 ‘금동지장보살좌상’은 고려 후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삼지장은 공통적인 도상과 양식을 견지하면서도 시기에 따라 새로움을 추가하고 조형적인 차이점을 가지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존재했다.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은 청동 표면에 금칠을 하였으며, 두건과 같은 보관을 머리에 쓴 모습이다. 온화하고 후덕한 얼굴에 눈, 코, 그리고 작은 입술이 묘사됐고, 짧은 목에 굵게 주름진 삼도가 표현됐다. 건장한 몸에는 통견의 두꺼운 옷을 걸쳤고 세 줄로 내려온 목걸이가 장식됐다. 또한 손의 모양인 수인(手印)과 손금까지 섬세하면서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상보살 불상 중 하나인 ‘고창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은 기적 같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일본인 2명과 절도범이 거금에 일본으로 팔아넘겨 반출됐었으나, 소유했던 일본인이 2년 뒤 자수하듯 고창경찰서에 연락하여 다시 고창 선운사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일본으로 반출되어 처음 소장했던 일본인의 꿈속에 수시로 지장보살이 나타나 “나는 본래 전라도 고창 도솔산에 있었으니 어서 그곳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이후로 병이 들고 점차 운수나 살림살이가 기울게 되자 두려운 마음에 이 지장보살상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렸다.
하지만 이후 다른 소장자들에게도 꿈속에 나타나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게 되자 결국 마지막으로 소장하게 된 일본인이 본디 제자리로 모셔갈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렇듯 ‘고창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은 도난당한 지 2년여 만인 1938년 11월에 고창 선운사로 스스로 돌아온 것이다. 당시 반환을 위해 일본 히로시마에 갔던 일행이 찍은 기념사진에는 함께 간 선운사 주지인 이우운 스님의 이름과 함께 간략한 사연이 기록되어 있다
두번째로 선운사의 창건과 역사를 조명한다. 여기에는 ‘선운사적’, ‘선운사중신기’를 통해 창건과 역사를 소개한다. 세 번째는 선운사의 불교문화를 조명한다. 이 공간에서는 ‘선운사 대웅보전 신중도’, ‘선운사 천불도’, 선운사 소조불좌상 복장유물‘, 선운사 명부전 존상’, ‘선운사 목조십육나한상’, ‘정와 편액’을 전시한다.
네 번째 공간은 선운사의 선지식을 조명한다. 이곳에서는 ‘부용당 진영’, ‘불조도’, ‘초의선사 진영’, ‘영호선사지조 및 석전사문 자찬’, ‘석전스님 행서 대련 10곡 병풍’, ‘영호스님 축연’을 전시한다. 다섯 번째 공간에서는 선운사 지장신앙의 전개에 대해 소개한다. 여기에서는 지장삼부경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나라 지장신앙의 전개와 의미를 조명하며 ‘광주 덕림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감지은니 미륵삼부경’,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 ‘점찰선악업보경’, ‘지장보살본원경’ 등 관련 성보를 전시해 신앙의 확산 양상을 살핀다.
여섯번째는 ‘색으로 쓴 경전, 깨달음의 형상’의 공간이 마련된다. ‘선운사 동운암 칠불도’, ‘동구사 조조가섭과 아난존자입상’, ‘개암사 목조보살좌상’, ‘선운사 석상암 칠성도’, ‘선운사 도솔암 독성도’, ‘개암사 목조십육나한상’을 전시해 선운사 말사 및 암자의 불교 조각과 회화를 함께 배치해 깨달음의 세계 구현을 보여준다.
일곱 번째 공간에서는 ‘범음과 문자로 법을 전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곳에서는 선운사 말사에서 간직해 온 경전 및 관련 서지류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법의 전승 양상을 조명한다. 특히 국보로 지정돼 있는 ‘내소사 동종’과 보물인 ‘월인석보 권15’와 ‘백지묵서묘법연화경(사경보, 포갑)’을 전시해 범음(梵音)과 문자기록을 통해 불교교리와 신앙이 전파된 과정을 제시한다.
개막식은 21일 오후 2시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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