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의 덕치

[책마주보기] 오긍의 '정관정요'(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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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중국 천하를 통일했던 수나라의 멸망 위에 당제국을 세운 태종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를 펼치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다. '정관정요'는 당태종이 군주의 도리를 기본으로 신하들과 정치에 관해 폭넓은 토론을 벌여 국정운영을 했던 치국의 방식을 정리한 책으로 오늘날에도 열린 정치의 요체이자 소통하는 리더십의 고전으로 읽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고대에도 그랬듯 조직사회인 현대사회 역시 관료주의 체제에 따라 움직인다. 나라 전체를 하나의 큰 조직으로 볼 때 국가원수야말로 커다란 조직의 리더가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복잡하고 다양한 조직을 통치하는 리더의 자세와 역할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당태종 이세민은 제아무리 천하를 얻었다 해도 초심을 잃는다면 강산을 지키지 못한다는 선대의 역사적 교훈을 경계 삼아 나라의 이익을 우선하고 사사로운 이익을 멀리했다. 그는 건국 이래 치세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는데 그 대전제로 백성이 ‘물’이라면 군주는 배이며 물은 배를 떠 있게도 뒤엎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잃지 않고 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수양했다.

엄정한 자기 관리는 물론 항상 언행에 신중하고 신하의 간언을 수용하며 백성을 아끼고 변방을 안정시켜 편안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을 쏟는 지도자로서의 덕행을 보인 것이다. 또한 문치(文治)를 앞세워 인문학을 육성하고 도교를 장려하여 혼란한 민심을 수습했다. 당태종의 통치 지론은 군주의 덕이 백성에게 미치면 굳이 백성을 교화시켜 나라를 다스리지 않아도 저절로 다스려지는 정치가 이루어진다는 무위지치를 지향한 것이다.

오긍이 총 10권 40편에 걸쳐 토론집의 형태로 묶어 미래 세대에 교훈을 전하고자 기술한 '정관정요'의 집필 시기는 당태종 통치기보다 반세기가 흐른 뒤였다. 역사가 오긍의 붓끝은 성군의 공적뿐 아니라 치적의 장단점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검소와 절약, 겸손과 사양, 신의와 성실 등 군주가 마땅히 갖춰야 할 덕목과 정책의 근본, 관리의 임명과 직간의 중요성, 군주와 신하가 본받고 삼가야 할 계율과 관리 선발의 방법을 다루었으며 특히 인의의 준칙이 강조되어 있다. 이 지점에서는 백성을 살피고 인도하는 목민의 마음으로 지방행정의 방향과 지침을 강구하여 백성과 국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를 고심했던 조선 시대 정선의 목민심서와 필적할만하다. 유교의 인정(仁政)과 애민정신을 정치화한 면은 없지 않으나 유학과 문학을 적극 권장하고 육성해갔다.

다만, 모든 역사의 기록이 그렇듯 승자의 기록이라는 면에서 다시 살펴보아야 할 것은 비록 당태종이 난세를 평정하기는 하였으나 형제를 죽이고 혹독한 전쟁의 피로 이룩한 대업의 명분을 위해 수양제의 실정과 폭정을 비난한 부분이다. 이전 왕조가 초심을 지키지 못했지만 국가 기반의 초석을 마련한 점은 재해석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럼에도 백성과의 상생, 주변국과의 관계를 위해 신하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고 협력함으로써 더 나은 정치로 발전하려는 리더의 노력과 관계에 대한 고민은 천년이 지난 후에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 우리의 정치 현실이 거울삼아야 할 미덕이다.



이지혜 작가는



'미당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다.

'나주디카시' 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부안독서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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