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북 지역 정가를 뒤흔든 국회의원 식사비 대납 의혹과 이에 대한 중앙당의 무혐의 처분은 도민들에게 깊은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식사비 결제의 실수를 넘어, 공적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 그리고 이를 비호하는 권력의 이중 잣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필자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중앙당이 내린 '무혐의'라는 면죄부가 도민들의 상식과 눈높이에 부합하는 것인가.
숫자가 증명하는 거짓과 '카드 쪼개기'의 정황
사건의 발단은 명확하다. 지난해 12월 2일 저녁, 정읍의 한 음식점에서 이원택 의원과 지지자 등 23명이 고액의 식사를 즐겼다. 총 식사비는 72만 7천 원. 이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명의의 법인카드로 45만 원이 결제되었고, 불과 1분 뒤 27만 7,700원이 추가로 결제되는 전형적인 '카드 쪼개기' 수법이 동원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원택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이 15만 원을 결제했으며, 이것이 전체 인원의 'N분의 1'을 적용한 4인분 금액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산술적인 기초조차 맞지 않는 이 해명은 도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23명이 72만 7천 원을 썼다면 1인당 식비는 약 3만 1,600원이며, 4인분은 12만 6,400원이다. 본인이 냈다는 15만 원이라는 숫자는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모순된 데이터일 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김슬지 도의원이 위원장 명의의 업무추진비 카드를 사용하여 지사 후보급 정치인의 식사비를 대납했다는 의심이다. 업무추진비는 국민의 혈세이며 공적인 목적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이를 사적인 식사 자리에, 그것도 감시를 피하기 위한 '쪼개기' 방식으로 사용했다면 이는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자 업무상 배임 행위다.
중앙당의 이중잣대, 무너진 도덕적 기준
이처럼 구체적인 증거와 정황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당 윤리감찰단은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타 후보나 반대 파벌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특정 인물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이중잣대'의 전형이다. 도민들은 중앙당이 과연 이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나 있는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과거 유사한 사례에서 단 몇 만 원의 공금 유용만으로도 당원권 정지나 공천 배제라는 강력한 징계를 내렸던 사례들과 비교해 볼 때, 이번 결정은 형평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내 편이면 허물이 있어도 덮어주고, 남의 편이면 먼지까지 턴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전북 도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태
전북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권력형 결탁의 결정판'으로 규정했다. 현직 도의원이 지사 후보의 개인 비서나 법인카드처럼 움직인 행태는 전북 도민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한 일이다. 청년 정치를 표방하며 기대를 모았던 인물들이 구태 정치의 전유물인 '대납'과 '꼼수'를 학습했다는 사실에 지역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중앙당은 이번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재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단순히 정치적 역학 관계에 따라 내린 면죄부는 오히려 민심의 이반을 가속화할 뿐이다. 이번 사건을 유야무야 넘긴다면, 향후 전북 지역에서 발생할 어떤 부정부패에 대해서도 당은 목소리를 낼 자격이 없을 것이다.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를 촉구한다
정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숫자로 드러난 거짓 해명과 공금 유용의 의혹을 외면한 채 '정치적 무혐의'를 선언하는 것은 도민들에 대한 기만이다. 수사기관 또한 이번 사건에 제기된 '카드 쪼개기'와 '제3자 기부행위' 의혹에 대해 성역 없는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중앙당 최고위원회의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 사건을 직시하라.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철저한 재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전북 도민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정의가 살아있는지, 아니면 권력의 그늘 아래 진실이 묻히는지 말이다./김정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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