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민 이용선생이 24일부터 30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산민묵적(山民墨跡, 가온미디어)'과 '금문노자(金文老子, 이화문화출판사)'의 출판을 기념하는 작품전으로, 1980년 제1회를 시작으로 스무번 째 갖는 자리다.
출품작은 160점으로, 지난 4년동안 쓴 작품들이다. 사미인곡, 속미인곡, 예서법화경, 성학십도, 그리고 백납팔곡병 등은 심혈을 기울인 대작이다.
이번 전시는 평생을 다져온 작가의 예술세계와 끊임없는 창작열의를 잘 응축시키고 있다.
휴식, 여유, 여백, 맑음, 관조와 같은 심리적 측면과 서예미학적 완성도를 함께 높였다. 작가의 작품에 보여지는 특징인 고유한 필체와 금문에 대한 깊이감의 진수를 보여준다.
금문(金文)은 중국 고대국인 은·주나라 때 쓰인 문자로 산민은 고전의 구절을 금문에 회화적 요소를 더해 표현했다. 주조된 글자가 아닌 명문 획으로 형성된 느림과 빠름, 운동감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심미적 요소와 작가의 내적 관점을 이끌어 낸다.
금문에 새긴 명문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보단 고대 글자의 아름다움에 심미적인 요소를 더한 ‘산민 금문체’를 감상할 수 있게 한다. 금문 서예의 미학적 완성도, 문자학 연구의 심도, 조형미의 극대화 등에서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때문에 전통 서예에 연연하지 않고 문자의 상형성을 회화적으로 나타내 금문 서예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의 작품의 흐름을 보면, 초기에는 전통서예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체를 정립하였고, 중기에는 서화동원(書畫同源)을 기조로 한 현대서예 운동에 앞장섰으며, 후기 이후에는 전통서예와 현대서예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자조형과 회화적 작품구성을 통해 현대적인 미감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문자향(文字香) 서권기(書卷氣)’ 옛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으면 책의 기운이 풍기고 문자의 향기가 난다’고 했다. 당대의 명필 추사 김정희는 “가슴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 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고 했던가. 작가는 많은 고전을 섭렵, 문자향과 서권기를 내함(內含)했으며, 창의적인 현대미도 겸비했다.
원숙한 필의(筆意)로 웅숭 깊은 정신을 담아내며, 엄정한 법도 속에서도 자연미를 가지고 있다. 고전을 공부하다 조형성과 상형성을 지닌 금문(金文)의 미감을 발견했다. 금문은 중국 은·주나라 때 청동기에 새긴 문자. 오래된 글씨를 공부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았다. 앞뒤 좌우 글자와 서예 변천사를 살피며 추측하거나 만들어야 하는 글자도 많았다. 80년대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현대서예를 시작해 후반엔 한국현대서예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그러나 90년을 넘어서면서 다시 전통서예 쪽으로 되돌아왔다. 유행처럼 번지는 현대서예 속에서 문제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현대서예에 대한 갈증만큼이나 연구는 뒤따르지 않는다는 생각에 전통 속에서 현대를 찾아보기로 했다.
서체는 글감에 따라 불현듯 떠오르는 대로 따랐다. 하지만 오랫동안 연구해 온 금문의 비중이 아무래도 높다. 금문으로 '노자'의 글귀를 쓰는 등 마음 공부가 될 만한 글귀들을 옮겼다.
작가의 작품은 균형미와 형태미가 있고, 동감(動感)이 있다. 기맥이 통하고, 시와 문장 속에 갖추어진 운율이 끊임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의 서예는 뛰어난 조형미와 아울러 문채(文彩)와 문향(文香)과 문미(文味)와 문성(文聲)도 담아낸다. 작품 속에는 시문의 향기가 더해져 있고, 현대적 세련미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그의 완벽하리 만큼의 획의 조화, 예상치 못했지만 신선하게 다가오는 변화와 조형으로 보여주는 새로운 미감 등 산민선생의 서예는 이미 묘(妙)의 경지를 이루고 있다.
그는 글자간의 호응과 면밀하게 이어지는 연결성의 품격을 현대적 감각과 정제된 필획으로 구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시는 씨줄로는 한중 역대 시문을 종주하고 날줄로는 한문과 한글 서체의 조형미를 담아낸 까닭에 서예의 깊고 그윽한 향기를 음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실학파의 대가 연암 박지원이 쓴 초정집서(楚亭集序)에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 말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옛 법도에 맞게 하되,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지요. 법고창신은 지금부터 약 이백년 전에 후학들에게 가르쳐준 철학으로 우리 것을 제대로 지키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라는 계도의 뜻이 담긴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훌륭한 작품이란 항상 전통적인 영향 하에서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그것의 독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고문이라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모방이며 가치가 크게 없다는 것이겠죠"
작가는 서예의 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쳐 연구와 창작에 전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많은 후학을 양성, 그들을 한국서단의 동량으로 쓰이도록 하였고, 서예정신이 오롯이 배인 20여권의 저서를 출간하여 후학들에게 지침서가 되었으며, 샘솟는 창작 열정으로 스무 번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또한 높은 인품과 덕망, 유려하고 심오한 작품세계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일찍이 한국현대서예협회 이사장으로서 우리나라 현대서예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이바지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탄생시켰으며, 집행위원장, 총감독으로 1997년 제1회부터 2008년까지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세계 미술계에 한국서예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데 공헌했다.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이며, 개인전 20회를 비롯하여 예술의전당· 일민미술관· 아랍미술관 등의 초대전, 동경박물관· 베를린국립박물관· 북경미술관 등지에서 해외초대전 등 600여회를 가졌다.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장 등 심사위원 60여회와 송재문화상, 효원문화상, Art Noblesse상, 원곡서예문화상, 목정문화상을 수상했다.
한국현대서예협회 이사장,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집행위원장, 전주대학교 겸임교수, 전북대학교 초빙교수 등을 지냈다.
20권의 작품집을 펴냈다. '예서시탐', '한묵금낭','서예개관','금문천자문','소전천자문','7체천자문-금문' , 금문 '채근담'·'한시300수Ⅰ,Ⅱ'·'명문100선',
'금문총서-아계부외 21종11권','금문노자'를 펴냈다.
전북도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한국미술관. 서울미술관. 베를린국립박물관. 중국 도균박물관. 중국 성도세계문화유산박물관. 전북도청 및 도의회, 청와대, 국회, 북경대, 전북대, 경기대, 전주대, 대구대, 전통문화대, 성균관대 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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