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만국의 악당(지은이 마커스 레디커, 옮긴이 박지순, 펴낸 곳 갈무리)'은 대서양 해적의 “황금시대”, 특히 1716년부터 1726년까지의 10년을 중심으로 해적의 신화와 현실을 “아래로부터의 역사”의 관점에서 다시 쓴 책이다. 검은 깃발 졸리 로저, 블랙비어드와 같은 인물들로 대표되는 이 시기는 단순한 모험의 시대가 아니라, 노동과 제국, 전쟁과 저항이 격렬하게 교차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실제로 수천 명의 선원들이 해적선에 승선했고, 이들은 상선 항로와 식민지 무역, 노예무역까지 뒤흔드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 책은 해적을 범죄자나 낭만적 모험가로 바라보는 통념에 질문을 던지며 가혹한 노동조건 속에서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다른 삶을 실험한 바다 노동자 집단으로 조명한다. 해적들은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모인 ‘잡색 부대’로서, 이 세상 어디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민주적인 권리를 갖지 못했던 시대에 선장을 직접 선출하고 전리품을 비교적 평등하게 분배하며 나름의 규칙과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모습은 당시의 위계적 질서에 대한 대안적 사회 실험이었다.
레디커는 해적이 “인류 모두의 적”으로 불린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묻는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국가와 자본이 자신들의 적을 보편적 악으로 규정한 방식이었다. 해적은 실제로 모든 사람의 적이기보다는 제국과 상업 자본, 노예무역 질서에 맞서는 다국적, 다인종, 다문화 집단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해적들이 18세기 초에 처음으로 그들만의 깃발을 만들었을 때, 그들은 당대의 통념에 맞서며 새로운 선언을 한 것이었다. 강력한 국가에 대항하는 수천 명의 프롤레타리아 무법자 집단의 연대를 상징하는 졸리 로저 깃발을 휘날리며, 해적들은 자신들이 “만국의 악당”임을 선포했다고 이 책은 말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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