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학 서훈 입법 서둘러라

‘전봉준은 왜 독립유공자가 아닌가’ 이재명대통령 “동학사상은 국민주권 정부와 일맥상통”

지금으로부터 130여 년 전 일제의 국권 침탈에 맞서 공주 우금티에서 항거한 전봉준 장군과 동학농민군이 여전히 독립유공자 서훈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북 지역 시민사회와 정당, 지방의회 등 53개 단체는 4일 성명을 내고 22대 국회에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단체들은 1894년 6월 21일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갑오왜란)을 기점으로 일어난 동학농민군 재봉기를 ‘항일 독립운동의 시초’로 규정했다.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역시 이들의 투쟁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지만 국가 서훈 체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저는 동학혁명이 가지는 각별한 의미를 언제나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동학 사상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사상과 딱 맞아 떨어지고, 현 국민주권정부의 구호인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사는 대한민국’ 또한 여기서 온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동학농민혁명 발상지 전북에서 주재한 타운홀 미팅에서 이 같은 인사말로 눈길 끌었다. 동학의 인내천(人乃天·사람이 곧 하늘)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의미하고, 대동세상(大同世上·모두 함께 어울려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은 함께 사는 대한민국과 일맥상통한다는 얘기다.

제132주년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5.11)을 앞두고 이처럼 그 의미를 좀 더 깊이 되새겨야 한다. 제2차 봉기일은 항일 독립운동 시초로 인정해 그 참여자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항일투쟁 시점을 지금보다 1년 빠른 제2차 동학농민혁명(1894년)과 갑오의병(1894년) 때까지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체들은 “동일한 항일 무장투쟁임에도 불구하고 동학군만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형평성 위배”라고 지적했다. 서훈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국가보훈부의 내부 지침이다. 단체들은 “보훈부가 1962년 이병도·신석호 등이 정한 ‘독립운동의 시작은 을미의병’이라는 내규를 64년째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2004년 국회가 제정한 ‘동학농민명예회복법’ 제2조 1항(농민군을 항일무장투쟁 참여자로 규정)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법률이 규정한 ‘항일무장투쟁’을 보훈 행정이 ‘항일 독립운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법치주의 위반이자 국회 무시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22대 국회엔 동학농민군 서훈 관련 법안 4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유족이 확인된 서훈 대상자는 494명으로 국가 예산 소요도 미미한 수준이다. 단체들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언했던 ‘당론 채택’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조국혁신당 등 야권이 협력해 해당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현충일과 광복절에 언급한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 약속을 거론하며 이번 서훈 문제가 ‘국민주권 정부’의 역사적 진정성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1895년 을미의병 참여자 150명은 독립유공자로 서훈받았으나 그보다 앞서 일본군과 전면전을 벌인 동학농민군은 단 한 명도 서훈을 받지 못했다. 미나미 고시로 대대장이 이끄는 일본군에 의해 가장 처참한 학살을 당한 곳이 전북이다. ‘전봉준은 왜 독립유공자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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