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장 차림의 그리스 로마 신화만 읽는가

한호림 '일상이 그리스 로마 신화-저항의 계보'

'일상이 그리스 로마 신화-저항의 계보(지은이 한호림, 펴낸 곳 책읽는고양이)'는 밀리언셀러 작가 한호림의 말랑말랑한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로, '저항'이라는 키워드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찰함으로써 기존의 클레식한 접근과 차별되는 직관적인 신화 탐문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프로메테우스, 시시포스, 제우스, 가이아, 아프로디테를 통해 절대 권력처럼 보이는 신들의 세계일지라도 천지개벽할 혁명은 언제나 약자의 저항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역설하며,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저항의 계보를 살핀다.

진짜 잘 아는 사람은 어렵게 말하지 않는다는 말마따나 한호림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원리를 아는 고수의 농담처럼 헐렁해 보이지만 알차면서 쉽고, 재밌으면서 깊다. 어원을 알면 문화 이해에 도움이 되고 언어 공부까지 수월해지듯이 숲과 나무가 동시에 파악되는 안목을 만날 수 있다.

“장차 태어나는 네 아들이 너를 죽이고 왕위에 오르리라.” 신화 초장부터 툭하면 나오는 아주 틀에 박힌 예언이다. 저자 한호림은 이 뻔해 보이는 다소 막장스러운 멘트가 어떻게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저항의 계보를 풀어내는 핵심적인 단초가 되었는지 흥미롭게 펼쳐낸다.

신들의 세계는 신탁으로 예언된 바대로 왕위를 둘러싼 패권 경쟁부터 저항의 기운이 다분했다. 빗나가는 법이 없는 신탁! 그 첫 번째 결과를 두고 저자는 ‘뜨거운 모성애로 시작된 가이아의 우주 최초 쿠데타’라 명한다. 저항으로 시작된 스타워즈급 신들의 전쟁은 우주 제1세대 우라노스 시대에 이어 우주 제2세대 크로노스로 이어지고, 드디어 우주 제3세대 제우스의 올림포스 시대까지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내 편으로 활용되는 ‘적의 적’은 왜 애초에 그런 관계에 이르렀으며, 적재적소에서 빛나는 필살기들은 또 무슨 연유에서 보유하게 되었는지 등등이 자연스레 맞아떨어지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유기적인 연관성이 명확해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맨날 아내 헤라의 눈을 피해 아름다운 여신(여자) 찾기에만 급급한 것으로 그려지던 제우스지만 올림포스 최고신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역시 최고신답다. 아버지 크로노스로부터 형 하데스와 포세이돈을 구해낸 주체로서 왕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 비현실적 영역인 신화의 세계에서 발견하는 뜻밖의 합리성이 사뭇 신선하다.

하늘, 땅, 바다로 우주를 3등분하여 사이좋게 삼두정치 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머리 좋은 제우스. 여기엔 어떤 서열도 없고, 남의 영역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간섭도 일절 없는, 오직 대등한 관계만이 전제였다. 이처럼 올림포스 시대의 출발에는 제우스의 파격적인 리더십이 있었다.

아프로디테, 미(美)는 거품인가.

가이아의 쿠데타로 거세의 운명에 처한 우라노스. 우라노스의 잘린 거대한 물건에서 거품이 일고, 그 거품에서 태어난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는 곧 거품이라는 의미? 거품에서 나왔으니 미(美)는 곧 거품? 그러나 우리네 현실을 보면 거품이라도 좋다, 거품에 목숨을 건다. 저자는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이나 여인들은 왜 하나같이 죄다 예뻤어야 했을까에 의문을 제기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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