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하늘은 보고 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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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매우 바쁘게 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분 단위로 움직이고, 어떤 사람은 시간 단위로 쪼개서 활동한다. 심지어는 어린 학생들도 학교와 학원을 왕래하며 시간을 나누어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하루가 얼마나 바쁘게 돌아가겠는가? 이렇게 바쁜 현대인에게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읍시 고부면 눌제 둑변 길을 지난 토요일에 다녀왔다. 처서가 지난 아침이라서인지 풀잎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아침에 이슬이 맺힐 정도로 아침 기온이 시원하였다. 요즘처럼 낮 기온이 높아서 더위가 지속하는 때라서 신발에 이슬이 채이는 것이 반가움마저 들었다. 고부천변 에 있는 눌제는 김제 벽골제, 익산 황등제와 함께 호남 3제로 호남이라는 말이 생겨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역사적 유물이다. 호남평야는 고창군 흥덕면에서부터 고부들과 이평, 화호, 신태인, 김제평야를 지나 대야까지 이어진다. 그 시발점에 눌제가 있다.

여름 늦더위가 아직도 맹렬하지만, 계절의 순환은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종교의 표현으로 하면 천지 공사가 시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날마다 반복되는 찜통더위와 강원도에서 가뭄이 지속하는 현상은 요즘의 화두가 되어있는 기후변화 한가운데서 보여주는 현상이다. 일기예보에는 구월까지 더위가 이어질 거라고 한다. 아무리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하지만 절기에는 안 될 것이다. 이미 처서가 지났으니 조석으론 변화가 시작되었고, 무엇보다 하늘과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벌써부터 감지되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이다. 그래서 절기상 변화에 민감하고 절기에 따라 변화하는 산천의 모습 또한 쉽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체감하는 계절도 분명하였다. 특히 계절마다 하늘이 각기 달라서 계절별로 하늘 이름도 다르게 불러왔다. 하늘을 구천(九天)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아홉 개의 하늘이라는 뜻으로 오행설인 오방위에서 나온 말로 동서남북과 간방과 중앙을 의미한다. 중앙을 균천(鈞天), 동쪽을 창천(蒼天), 서쪽을 호천(昊天), 남쪽을 염천(炎天), 북쪽을 현천(玄天)이라 하고 동남쪽을 양천(陽天), 서남쪽을 주천(朱天), 동북쪽을 변천(變天), 서북쪽을 유천(幽天)이라 한다. 불교에서는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아홉 개의 천체-일천(日天), 월천(月天), 수성천(水星天), 금성천(金星天), 화성천(火星天), 목성천(木星天), 토성천(土星天), 항성천(恒星天), 종동천(宗動天)을 일컬었다.

선조들의 지혜와 전문지식은 사물을 대하는 방법과 이름을 지어 부르른데 진심이 느껴진다. 봄 하늘은 창천(蒼天)으로 구천의 하나로 동쪽을 의미하고 맑고 푸른 하늘이다. 여름 하늘은 호천(昊天)이라고 부르는데, 제사를 지내는 집안에서는 익숙한 한자어이다. 축문을 읽을 때 ‘호천망극’ 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한자로는 여름하늘 호(昊)이자만 의미는 ‘넓고 크다’는 뜻이 담겨있다. 여름 하늘을 바라본 사람은 그 까닭을 알 수 있다.

가을 하늘은 민천(旻天)이라고 하는데, 가을하늘 민(旻)이다. 이는 창생(蒼生, 백성)을 자비로 돌보아 주는 어진 하늘이란 뜻에서 온 말로 가을과 잘 어울린다. 다음은 겨울 하늘로 상천(上天)이라고 하는데, 높은 하늘이다. 겨울 하늘을 떠올려 보면, 퍼렇게 맑은 하늘엔 기러기도 날아가지 않고 냉랭한 기운에 하늘만 홀로 높다.

옛사람들은 하늘을 보면서도 계절을 잘 살펴서 특징있는 이름을 붙였다. 그만큼 하늘을 많이 보았고, 그 기색을 자세히 살폈다. 그렇지 않고서는 하늘에 대해서 계절별로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땅은 하늘을 따라 변화를 한다. 하늘이 변하고 땅이 변하는데, 사람인들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하늘을 바라보는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아사녀가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아사달을 그리워했던 마음과 정읍 여인이 무사히 남편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올려다 본 밤하늘은 경건함과 간절함과 서정이 담겨 상상만으로도 아름답다. 또 하늘을 향해 올리는 기도내용은 다르겠지만 기도에 담겨있는 간절함은 다소간 차이가 없다. 서민에겐 정치권이 하늘처럼 느낄 수 있다. 가을이다. 하늘이 어떤 조화를 부리는지 살피고 살펴볼 일이다. /김현조(전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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