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사전적 의미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뜻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포 속에서 사체를 수습하고, 동료의 희생을 경험하는 소방관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들에게 치료는 먼 이야기다. 현실을 애써 외면한 채, 소방관들은 또 다른 현장으로 출동한다.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심리상담을 원하는 소방관이 급증하고 있지만 상담사 수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의 경우 16개 소방관서에 배치된 상담수 수는 6명(37.5%)이 고작이어서 앞으로 10명의 상담사가 더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국 268개 소방관서에 128명(47.7%)이 배치된 것과 비교해도 전북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청의 ‘찾아가는 상담실’을 통한 상담 건수는 2020년 4만8,026건에서 지난해 7만9,453건으로 4년 새 65.4% 급증했다. 소방관 마음 건강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024년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설문조사’ 결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소방공무원은 지난해 조사 대상 6만1,087명 중 7.2%에 해당하는 4,375명으로 집계됐다. 우울증을 호소한 소방관은 전체의 6.5%인 3,937명, 자살위험 소방관은 전체의 5.2%인 3141명이었다.
물론 소방청에서도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소방관들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방관들의 트라우마 치료 참여율은 저조한 편이라고 한다. 이처럼 상담 수요가 증가하면서 소방청은 상담사 인력을 2020년 72명에서 2022년 88명, 2023년 102명, 올해 128명으로 증원했다. 소방관서 수(268개소)를 고려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여전히 ‘1관서 1상담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상담사 1인당 연간 약 779건의 상담을 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원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와 반복되는 재난 현장에서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소방공무원들이 매일같이 국민을 대신해 겪어야 하는 심리적 충격과 고통은 결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소방공무원들은 여전히 열악한 처우 속에 방치되어 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몸을 던지는 이들이 정작 자신을 지킬 최소한의 장치조차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모순이다. 트라우마 치료와 정신건강 관리, 인력 확충, 근무 여건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소방공무원 노동자가 고립과 무력감 속에서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다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처우 개선을 강력히 요구한다. 소방공무원의 마음 건강은 재난 대응력과 국민 안전을 좌우하는 국가적 과제다. 소방공무원의 마음 건강조차 국가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방치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설] 소방관 심리상담사 충원하라
전북 10명 상담사, 필요 분석 “소방관 마음건강, 국가과제”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