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나는 강단 인문학이 아니라 시장인문학(市場人文學)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과학기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강단기술(講壇技術)이 아니라 시장기술(市場技術)을 추구해야만 나라가 살아날 수 있다. 강단기술이란 실험실에서만 성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요즈음 언론은 온통 인공지능(AI)에 관한 이야기만 활발하다. 사실 내용을 따져보면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의 과정에 속한다. 4차 산업혁명의 전체적인 틀에서 보아야 인공지능 기술을 폭넓게 적용하여 산업을 개편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내년 인공지능 예산도 10조 1천억 원으로 세웠다.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기술을 단순히 챗지피티로만 알고 있다. 그 생각을 고치고, 4차 산업혁명 진행의 전체를 알아야 이 예산의 쓰임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로 시장, 즉 생활세계에서 첨단제품을 만들어 내고 싼값으로 대중들이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실험실 연구비로만 지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등장하는 여러 가지 생산도구들은 여전히 중요하다. 큰 틀에서 보면 3차원 인쇄기(3D프린터), 붕붕이(드론), 자율주행차, 각종 로봇, 분산 장부(블록체인), 구름 전산(클라우드 컴퓨팅), 큰 자료(빅데이터), 작은 자료(스몰데이터), 증강현실, 가상현실, 혼합현실, 사물 누리그물(사물 인터넷), 쳇지피티 등은 누구나 알고 있는 핵심적인 생산도구들이다. 이것들을 활용하여 실험실에서 기술을 성공시키면, 그것이 대단한 것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실험실에서 뛰는 로봇을 만들고, 3차원 인쇄기로 어떤 제품을 출력하는 것을 기술 발전으로 평가한다는 말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실험실에서만 성공하는 것은 학생들의 실습용으로 머물고 만다. 나라 전체 산업의 핵심기술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시장기술이란 시장에서 직접 사용하는 도구에 인공지능을 접목하여 첨단제품으로 만들어 내자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장기술을 적용해야 할 제품은 수만 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발자들이나 연구자들이 시장 감각을 가지고 작업하면 인공지능 1등 국가로 될 수 있다.
이른바 전문가들은 과학기술 주제가 떠오를 때마다 규제를 풀어야 한다던가,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개발비를 확충해야 한다는 등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은 대체로 말뿐이다. 사회적 관심사가 지나면 그뿐이다. 총론만 있고 각론이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표적 단점으로 지적받는 것인데, 여기서도 드러난다. 현장, 즉 시장 속에서 독립군처럼 묵묵히 기술 개발하여 특허를 만들고, 새 제품을 생산하는 시장형 인재들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 시장기술 발전을 앞당기고 있는 한 기업가의 사례에서 배운다. 세계 10여 개 나라에 농기계를 만들어 수출하는 익산농기계의 김완수 대표다. 김 대표는 연구원 출신으로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많은 농기계를 발명하여 제작했다. 그야말로 시장형 인재다. 최근에는 로봇무선제초기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농업은 곧 잡초와의 전쟁이라고 할 만큼 풀 베는 작업은 중요하지만, 사람도 부족하고 고된 작업이다. 제초제를 사용하는 것도 환경을 해치는 일이다. 김 대표가 만든 로봇무선제초기는 평지에서뿐만 아니라 45° 기울어진 경사면에서도 작업이 가능한 기계다. 일본이나 독일에서도 유사한 로봇제초기가 출시되었지만, 가격이 비싸서 농민들이 사기 힘든 것이라고 한다. 외국 제품에 비하여 김 대표의 로봇무선제초기는 낮은 가격이다. 1천 5백만 원 정도의 가격이라고 하니, 외국에서도 구매 문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사례가 대표적인 시장기술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례가 넘쳐나야 나라 경제가 기술 중심으로 발전한다. 연구자들이 연구비만 따먹고 그치는 실험실 연구를 벗어나 시장으로 나가라는 이유다. 우리 경제가 올해 0%대 성장이라는 현실을 보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시장기술로의 대전환을 촉구한다./김도종 &; (사)한국 소프트웨어 기술인협회 이사장. (전) 원광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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