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혁신 기업가를 꼽으라면 일론 머스크와 젝슨 황을 빼놓을 수 없다. 둘 다 공통점이 있다. 이민자로 미국에 들어와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머스크는 남아공 출생이고, 젝슨 황은 대만이 고국이다.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 그에 걸맞게 이들의 국가 기여도는 매우 높다.
머스크는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삼중 국적자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로 바꿔 테슬라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었다. 우주항공 분야의 스페이스X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그 외에도 최고의 소셜 미디어인 X를 비롯해 스타링크, 뉴럴링크 등 많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만에서 태어난 젝슨 황은 9살 때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석사 학위 취득한 후 반도체 설계회사 로직에서 일했다. 반도체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엔지니어 말라코프스키와 프림을 만나 숙의한 후 ‘부러움’을 뜻하는 라틴어 인비디어(Invidia)에서 착안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디자인 회사인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기업의 눈부신 성장과 더불어 두 사람은 세계적 부호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트럼프를 만나면서 명암이 엇갈린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머스크는 트럼프를 지지했다. 후원금으로 우리 돈 4,000억을 기부했고, 공개적지지 유세도 했다. ‘트럼프의 남자’로 불리며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을 정도로 관계가 돈독했다.
그러나 둘의 브로맨스는 오래가지 않았다. 머스크가 NASA의 수장으로 추천한 인물이 민주당에 기부금을 냈다며 트럼프가 거부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머스크는 트럼프가 성범죄에 연루됐다며 탄핵을 언급했고, 트럼프는 스페이스X와 연방정부의 계약을 취소하겠다며 반격에 나섰다. 이런 갈등 속에서 지난 5일 머스크는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을 선언했다. 트럼프를 독재자로 몰면서 자유를 위해 제3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머스크가 달리 젝슨 황은 철저히 기업가적 행보였다. 세계를 누비며 협상가로 변신해 반도체 왕국을 더욱 공고히 한 후 중국과 무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 트럼프를 설득했다. 지난 17일 백악관은 올 4월 이후 중국에 판매 중단했던 엔비디아의 반도체 H20 칩의 판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규제하면 중국은 반도체를 자체 개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반도체 세계 표준을 유지해오던 미국의 위상이 무너진다는 젝슨 황의 논리가 통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 화웨이가 지난 4월 발표한 AI 칩이 미국 제품과 대등한 성능을 보인 것도 영향을 끼쳤다. 엔비디아만의 손해가 아니라 미국이 타격을 받는다는 설득을 트럼프가 수용했다.
이민자들에게 가혹할 만큼 적의를 갖고 있던 트럼프가 머스크를 쫓아내기 위한 법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그렇게 되면 역시 이민자인 자신의 아내 멜라니아도 슬로베이나로 돌아가야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섰을 때의 증오가 더 무서운 모양이다. 또 한편 두 CEO의 엇갈린 행보를 통해 기업인이 정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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