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문화 비교로 본 21대 대선의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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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한달즈음 지났다. 전례처럼 경도 127도를 기준으로 동쪽은 빨강색으로 서쪽은 파란색으로 양분되는 21대 대선 구도가 재연되었다. 수십년동안 대선과 총선을 수차례 치러왔지만 대구경북 부산경남 강원도는 여전히 보수 색채가 강한 빨강색이 선명하였고, 전남 전북 충남 인천 경기 서울은 민주적 색채가 강한 파란색으로 선명성을 드러냈다. 이러한 지역색은 정치인들이 덧칠한 인위적인 정치색이 아니라 자연색으로 보아야 한다. 자연색은 지역주민의 지역적 정서와 문화적 성향이 선거 투표로 자연스럽게 드러난 참정권 색상이다. 이러한 자연색을 정치인들은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언론들은 부화뇌동한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정치적 성향에 대하여 말뚝공천, 몰표선거라고 비난하면서 국민의 참정권을 왜곡하고 조롱하기도 한다. 그럼 왜 선거판의 구도가 동쪽은 빨강색, 서쪽은 파란색의 구도로 고착화된 것일까.

그 요인은 자연지리적 환경이다. 지역주민들의 인성과 정서는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생활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지역정서는 수백 수천년동안 지역주민들이 안고 살아온 생활양식과 정신세계가 정체성과 정치적 성향을 띤다. 한반도는 백두대간을 기준으로 동고서저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동고서저(東高西低)는 동쪽은 산악이 높고 골짜기가 깊은 산간지대라면, 서쪽은 각 하천 유역을 따라 벼농사를 지을 넓은 평야지대가 조성되어 있다. 자연환경이 주민들의 성향과 정서를 결정짓는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다. 대구경북 골짜기 삶터의 마을사람들은 단합심과 혈연적 관계가 강하다. 각 마을 단위의 골막이 시조신(始祖神) 제사로 동족동성촌이 발달하였고 가문을 중시하는 혈연적인 위계질서의 문중조직이 발달되어 있다. 혈연적 위계질서가 신라의 골품제도를 낳았다. 골품제는 신분제다. 신분제는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중시한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에서 서원의 발달과 유학의 전통, 사당의 조상제사를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면서 보수적 수구적(守舊的) 성향을 드러낸다.

반면에 평야지대의 삶터를 가진 호남인들은 경작지를 조성하면서 혈연보다 지연(地緣) 중심의 마을공동체와 각성촌(各姓村)을 형성시켰다. 각성촌은 주민간에 성도 다르고 개인적 성향이 강하다. 각성촌은 단합심과 결속력이 약하고 상대적으로 개인의 주체적 능력이 중시된다. 마을주민들은 신분관계상 동등하고 대등하여 위계질서가 없고 자율적 민주적 성향을 띤다. 이러한 호남인들의 민주적 성향은 평야지대에서 집단품앗이 두레노동력을 발달시켰고, 들소리, 기놀이, 줄다리기 등 역동적인 공동체문화를 생산하고 소비시키는 삶의 방식에서 민주적(民主的) 성향이 싹틀 수 밖에 없다. 호남인들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면서 호남실학을 발달시켰으며, 일제 탄압에 유림들과 농민군은 항일의병투쟁의 선봉에서 싸웠다.

이와같은 경상도와 전라도 주민들의 성향과 정서는 그 뿌리가 깊다. 경상도의 보수적 성향과 위계질서의 중시는 신라 골품제가 그 뿌리가 되고, 신라의 화엄불교는 정치적인 결속력과 응집력의 동력이었다. 반면에 전라도는 백제시대 미륵신앙의 발상지였다. 익산 미륵사, 김제 금산사, 고창 선운사는 평야지대를 낀 트라이앵글형 미륵도량이다. 미륵신앙은 미래지향적이고 민주적, 변혁적인 성향이 강하다. 신라화엄은 통합적이라면, 백제미륵은 혁신적으로 서로 상반되는 성향이다. 부산경남 일대는 낙동강 유역 평야지대와 가야국 전통과 정서를 갖고 있기에 대구경북과 성향이 조금 다르다. 가야국 지역은 해양환경으로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면이 있다.

지역정서는 경상도에 화엄계통 대형사찰이 집중하고, 호남에는 미륵(Maitreya)과 흡사한 메시아(Messiah) 사상의 기독교 천주교의 성지가 집중 분포하고 있다. 경상도에서는 신분제를 풍자하는 가면극이 발달하였다면, 전라도에서는 역동적인 농악, 농기, 농요의 전승력이 강하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정서는 동학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최제우(崔濟愚)는 경주 용담에서 동학을 창도하였지만, 경상도 유림들은 동학을 사도난정(邪道亂正)으로 배척하였고 최제우를 처형하였다. 하지만 호남인들은 최제우의 동학정신을 잇고자 교조신원운동(敎祖伸&;運動)을 벌였다. 이처럼 경상도와 전라도의 성향과 정서는 수백년동안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형성된 정신세계이기에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 희한한 것은 21대 총선과 대선에서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빨강색은 천연자연색이 아니라 정체성도 없는 실리 추구의 변종정치색이다. 변종정치색은 실리따라 언제든지 바뀐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 선거운동할 때에 보수끌어안기와 좌우진영 무력화의 실용주의 정치실험을 시도하였다. 전통농업사회에서 도시산업사회로 전환되는 시점에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실험으로 지역색이 바뀔지 안바뀔지 내년 지방선거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 (사)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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