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창]“농민중심, 생산자 주도의 자조금 사업 확대 필요”

자조금 사업의 주체는 생산자인 농민농산물 수급 조절 및 가격 안정화에 큰 도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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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서 농산물 자조금 정책은 생산자가 스스로 소비촉진과 판로확대,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 등을 도모하기 위해 2000년에 도입됐다. 이후 2013년에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됨에 따라 의무자조금 도입 등 제도적 기반이 완비되었으며, 2025년 현재는 의무자조금 32개 품목, 임의자조금 2개 품목의 자조금 단체가 구성 운영되고 있다. 우리 나라의 양대 자조금은 한우자조금과 한돈자조금이다. 자조금 운영 규모도 타 농산물에 비해 커서 한우와 한돈 홍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출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 시기인 지난 2018년 자료를 분석해보면, 한우자조금과 한돈자조금이 사용한 소비촉진 홍보비는 한우 120억 원, 한돈 70억 원으로 해당 자조금의 30~50%를 지출하였다. 이는 집중적인 홍보로 한우와 한돈의 소비 인식 개선에 톡톡한 역할을 하였다는 점에서 제도 운영의 모범 사례로 손꼽을만 하지만, 한우 산지 가격 하락 등 해당 축종 수급안정에 자조금 사업이 얼마나 기여를 하였는지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의 자조금사업 성공 사례는 미국과 호주의 쇠고기 자조금 사업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경작자 간 자율규제를 통해 성과를 창출한 뉴질랜드의 키위 사업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뉴질랜드 키위의 자조금 사업규모는 연간 7억원에 불과하나 매출액은 2조원이 넘는다. 지난 20년간 kg당 농가 수취가격은 2배로 올랐으며 ha당 소득은 4배가 되었다. 이런 성과는 지속적인 품종개량 등 기술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키위 경작자들 스스로가 마련하고 지켜낸 규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키위의 생산과 유통 관련하여 준수해야 하는 의무사항을 정하고 이를 어기는 경우 처벌을 받게 하는 제도를 운영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자조금 관련 법이 마련되어 있는 만큼, 뉴질랜드의 방법을 활용하면 자조금의 목적인 농산물 수급 조절 및 가격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주요업무계획에서 지역 자조금 신규 도입 등 민·관 협업에 기반한 수급관리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자조금 사업이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시스템이 소비·홍보 쪽에만 치우쳐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원택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20개 농산자조금 단체의 자조금 조성액은 총 295억 8,600만원이며 이 가운데 사업별 집행비율은 소비홍보사업이 27.9%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수급안정 사업 27.2%, 기타 17.1%(운영비), 교육 및 정보제공 14% 순이다. 수급안정 사업비용은 20개 단체를 통틀어 82억원인데 이는 1개 자조금 단체 당 평균 4억 원 수준으로, 가격 폭락을 막고 농산물 수급 조절에 효과를 내기에는 한참 부족해 보이는 금액이다. 국내 자조금 사업은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일부 품목은 생산자의 자조금 납부율이 낮고, 자조금 사용의 투명성과 효율성에 대해 생산자들의 신뢰가 높지 않으며, 수급 조절이나 가격안정에 쓸 수 있는 돈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생산자인 농민의 도움없이 정부만 나서서 해결할 순 없는 일이다.



앞으로 자조금 사업의 주체는 생산자인 농민이 되어야 한다. 품목별 전국조직을 구성하여 수급 및 가격안정, 연구개발, 규격설정 등 현안을 해결하고, 정부는 품목별 전국조직이 결정한 사항을 법제화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등 간접적인 지원을 강화하여야 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도 정부는 직불제, 재해보험 등 소득안정망 확보에 주력하고 품목별 대책은 생산자 스스로 해결토록 하고 있다. 쌀 의무자조금 도입 등 자조금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활발한 지금, 농민 중심·생산자 주도의 자조금 사업 확대와 변화를 기대해 본다.

/양성빈(전 전북자치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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