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실의 문이 급히 열릴 때마다 나는 마음을 다잡는다. 그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의 피해자들이다. 오토바이, 자동차, 자전거 등 사고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결과는 한결같이 참혹하다. 생명을 잃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면서 수없이 느낀 사실은 분명하다. 교통사고는 결코 ‘운’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은 한순간의 방심과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운전자는 충돌 순간 심각한 머리 손상을 입고,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오토바이 운전자는 얼굴이 찢기고 골절된 채 이송된다. 그 짧은 순간의 선택이 생사를 가른다.
사람들은 종종 신호를 무시하거나 속도를 높인다. 하지만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가 완전히 멈추기까지는 약 40m가 필요하다. 단 1초의 방심이 수십 미터의 제동 거리로 이어지고,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변한다. 또한 운전 중 휴대전화를 보는 행위는 시속 100km 기준으로 약 100m를 눈 감은 채 달리는 것과 같다.
응급실에 실려온 청년은 약속에 늦을까 서두르다 교차로에서 차량과 충돌했다. 생명은 건졌지만 심각한 뇌손상으로 즉각적인 수술을 받아야 했다. 반대로 제한속도를 지키고 안전벨트를 맨 운전자는 가벼운 찰과상으로 퇴원하였다. 두 경우의 차이는 단순한 운전 습관의 차이이다.
교통사고는 피해자 한 사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족과 동료, 가해자까지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사고 직후 응급실 복도에는 울음과 탄식이 가득하고, 의료진은 필사적으로 생명을 붙잡기 위해 땀을 흘린다. 하지만 아무리 신속한 응급처치를 해도, 이미 잃어버린 생명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운전대를 잡는 모든 사람은 스스로가 생명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전운전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다. 제한속도 준수, 안전거리 확보, 신호 지키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등의 기본 수칙만으로도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응급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이 규칙을 몰라서가 아니라, ‘설마 괜찮겠지’ 하는 마음 때문에 다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도로 위의 규칙이 아니라, 결국 우리의 삶과 가족의 행복이다.
나는 응급실의 긴박한 순간마다 늘 같은 다짐을 한다. 생명을 지키는 일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작은 주의에서 시작된다. 도로 위를 달리는 당신에게 전하고 싶다. 오늘 단 한 번만이라도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살펴보자. 그 선택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그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이자, 우리 모두가 실천해야 할 일상의 응급처치다.
/이명인(원광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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