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 전통 화살 ‘죽시竹矢’ 제작기술 전승에 자부심”

전통의 맥을 잇다- ‘남원죽시공방’ 안정찬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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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는 과거 사냥과 전투, 나아가 인격수양과 예법을 갖춘 전통무예로 각인돼 왔지만, 현대에 와서는 스포츠나 취미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대와 생활이 바뀌니 실제적 쓰임이 현대에 맞게 변화됐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활은 각궁(角弓)으로 불리는데, 소의 뿔과 힘줄, 단단한 나무, 그리고 아교를 조합해 만든 복합궁으로 탄성과 명중률이 좋아 최고의 활로 불린다.

또 활에 걸어 쏘는 긴 살대 화살은 보통 대나무로 만드는데, 지금에 와서는 이러한 활과 화살이 쓰임새가 줄어 주로 생활스포츠 종목에서만 생산, 유통돼 전통적인 제작법들이 전승되기가 힘든 상태다.

남원시 술미안길 5-5 ‘남원죽시공방’.

25년여 동안 우리나라 전통 화살인 죽시(竹矢·대나무화살)를 만들며 전통의 맥을 잇고 있는 안정찬(63)씨 공방이다.

죽시는 시누대(箭竹·신우대)와 꿩깃을 이용해 만드는 화살로, 안정찬씨는 죽시 장인이다.

전국적으로 죽시를 만드는 장인은 7명 정도라고 하는데, 전북도에서 활을 만드는 장인은 있어도 화살을 만드는 장인은 그가 유일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찍이 사회전선에 뛰어들었던 그가 죽시를 평생의 업으로 삼게 된 것은 ‘궁도’와의 인연 때문이다.

1995년도에 지인의 권유로 남원 관덕정(활터)에 입문해 취미생활로 활쏘기를 시작한 그는 전북도체육회와 대전광역시체육회, 현재는 서울특별시체육회 선수와 관덕정 사범(9단)으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궁도에 심취했다.

그런데 1999년 말 그가 궁도에 한창 재미가 붙었을 즘, 관덕정 어르신들로부터 과거 남원에도 화살 제작 공방이 있었다는 말과 함께 죽시를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당시 그는 이 말을 듣고 ‘전통 화살을 재현해 보고 직접 쓸 화살을 만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이때 먹은 마음이 그가 죽시 장인으로 거듭나는 계기이자 시발점이 됐다.

그는 광주, 광양, 청주 등 전국에 있는 죽시 공방과 장인들을 찾아 화살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장인들이 기술을 쉬이 내주지는 않았지만, 한번 두 번, 몇 년씩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열정을 쏟았다. 기술을 습득하는 재미도 그를 더욱 부추겼다.

10년, 20년, 처음 관덕정 한곳에서 쓰다만 화살대를 얻어다 시작한 화살 만드는 작업은 조그만 가게로 이어지다 현재는 자신만의 죽시 공방으로 발전했다.

그는 강원도에서 해풍 맞은 3마디 길이의 시누대를 사용해 부잡이를 통해 굽고, 졸잡이를 해 꿩깃, 민어풀, 소심줄, 싸리나무 등의 천연재료만을 사용해 죽시를 만든다.

그래서 그가 만든 죽시는 겉보다 속이 좋고, 허리힘이 강한 게 특징이다.

특히, 자신이 직접 활을 쏘아 보며 화살의 장단점을 살펴 죽시를 제작한다는 것이 타 장인들과의 차별점이다.

그는 현재 죽시 공방과 함께 전통 화살을 재현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데, 그가 만드는 죽시는 품질이 우수해 이용자들 사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실력과 기술이 담긴 전통 죽시를 만들고 전승하는 데는 어느정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고민은 재료 수급이다.

전통 죽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료가 중요한데, 지금은 전죽(箭竹) 생산지나 군락지가 줄고 자연산 꿩깃을 구하는 것도 힘들어 좋은 품질의 죽시를 만드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궁도에서 화살은 보통 카본대를 쓰는데, 고단증 선수나 대회용으로는 죽시가 사용돼 품질이 좋아야 한다.

경제적 사정과 맞물리면 옛것을 이어가기가 힘든 사회구조다.

안정찬 장인은 “어느덧 외길 인생처럼 죽시 만드는 일에 반평생을 바쳐왔는데, 경제적 활동보다는 전통 기술을 배우고 익혀 이를 전승할 수 있는 실력을 쌓았다는데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갈수록 옛것을 지키는데 주변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우리의 전통과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데 더욱 노력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원=박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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