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까지만 해도 최고의 지위와 권세를 누렸다. 그러나 본인의 별난 성정과 그 부인이 정치와 이권에 개입하고 재물을 탐하다가 모든 것을 다 잃고 말았다.
남은 임기 2년 반을 욕심내지 않고 제 자리만 지키고 있었어도 명예롭게 퇴임하고 인생 제2막이 행복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욕심이 낳은 결과로 자업자득이다. 공자의 제자 안연은 평생 가난하였지만 도 닦는 것 하나만 가지고도 평생을 만족해하며 살지 않았던가.
모든 생물은 좋은 것과 나쁜 것, 강한 것과 약한 것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동물 중에 뿔이 있는 것은(角者) 이빨이 없다(無齒). 즉 뿔이 있는 소는 날카로운 이빨이 없고, 이빨이 날카로운 호랑이는 뿔이 없다.
마찬가지로 꽃이 아름다운 장미는 열매가 변변찮고, 열매가 튼실한 모과는 꽃이 변변찮다. 이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생물은 좋은 것만 다 가지거나 나쁜 것만 다 가진 생물은 없다.
‘각자무치(角者無齒)’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뿔이 있는 것은 이가 없다’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의 속뜻은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재주나 모든 복을 겸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말을 좀 더 확대해 보면, 날개 달린 새는 다리가 두 개뿐이고, 날 수 없는 고양이는 다리가 네 개라는 얘기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이치도 마찬가지다. 학문에 뛰어난 사람이 있는 반면에 무예에 뛰어난 사람이 있다. 또 물건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물건을 잘 파는 사람이 따로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각자가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주지 않는다.
아마 조물주가 생명체를 만들 때, 어느 특정 종이 독식하여 세상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고 같이 공존하며 살아가도록 한 것이다. 즉 모든 생명체에 공평하게 뿔을 가진 자는 날카로운 이빨을 주지 않았고, 아름다운 꽃은 향기를 주지 않았고, 날개를 단 짐승은 두 발과 부리만 주었고, 네 발의 짐승에게는 날개를 주지 않은 것이다.
또한 살아가는 공간도 땅 위와 땅속, 물속, 공중에서 살아가도록 해놨다. 한때 무소불위의 막강한 각과 치아를 가졌던 공룡이나 맘모스가 멸종된 것을 보면 참으로 과유불급이라는 자연의 이치가 새삼 경이로워진다.
젊은 아가씨가 얼굴이 예쁜데 몸매도 날씬하며, 남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면서 경제 능력도 있고, 요리는 물론 살림도 잘하고, 애도 잘 키우는 이런 배필을 얻고자 한다면 찾을 수 있을까? 이런 모든 조건을 갖춘 배필은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재물, 권세, 명예 모두를 평생 누릴 수 있는 세상사란 없다.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능력을 다 부여해 주지 않는다. 즉 한 사람에게 모든 복을 다 부여해 주지 않고, 한 사람에게 완벽한 성품을 다 부여해 주지도 않는다. 이것이 각자무치의 세상사 이치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러한 각자무치의 세상사 이치를 모르고 재물, 권세, 명예를 다 움켜쥐려고 한다. 그러나 도리어 하나도 갖지 못하고 다 잃게 된다.
요즘 특검 뉴스를 보면서 명예와 권세를 얻고서는 여기에 검은돈까지 얻으려다가 이 셋을 다 잃게 되는 정치인을 목격한다. 돈을 얻었으면 권세를 탐내지 말고, 권세를 얻었으면 돈을 포기해야 하고, 명예를 갖게 되면 돈과 권세를 기대하지 말았어야 한다.
사자나 호랑이가 뿔까지 있으면 동물의 세계는 난장판이 될 것이다. 소가 뿔로서 만족해하고 사자와 호랑이가 이빨로서 만족해하듯이 내가 가진 것, 잘하는 것으로 만족해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 각자무치가 의미하는 삶의 이치며 지혜이다.
각자무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 세상 이치가 각자무치임을 깨달아 나에게 없는 것을 원망하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으로써 만족과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면 된다./이태현(고원공간정보 부회장·전 무주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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