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저출생과 고령화, 그리고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 소멸 위기가 심화되면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인재 유치 전략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 정주 유예 기간 제도’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제도는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즉시 취업이나 귀국이 아니라, 1~2년간 지역사회에서 적응과 탐색의 시간을 갖도록 지원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정주 유예 기간 제도의 핵심은 단순한 체류 연장이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실질적 연결 고리를 만드는 데 있다. 실제로 이 제도는 구직비자(D-10) 기간을 24개월로 연장하고, 그 기간 동안 지역사회 봉사 200시간 이수라는 조건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유학생들은 지역사회와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한국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단순히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유대감 형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전북 익산에서는 필리핀 유학생들이 농촌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결과, 73%라는 높은 정주율을 기록했다. 이는 유예 기간이 단순한 ‘시간 벌기’가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유대감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예 기간 동안 유학생들은 지역의 일손 부족 문제를 돕는 동시에,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경험을 쌓으며,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된다.
정주 유예 기간 제도의 효과는 비교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유예 기간을 적용받은 집단과 적용받지 않은 집단의 5년 후 체류율을 비교한 결과, 유예 기간을 경험한 유학생들의 장기 정착률이 크게 높았다. 이는 졸업 직후의 적응과 탐색 기회가 장기적인 지역 정착에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졸업 후 곧바로 취업이나 귀국을 강요받는 대신, 자신의 적성과 지역의 특성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때, 외국인 유학생들은 지역사회에 더 깊이 뿌리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유학생들이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봉사 및 연계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히 봉사 시간을 채우는 형식적 활동이 아니라, 지역의 필요와 유학생의 역량이 만나는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둘째, 비자제도 개선과 행정 지원 등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구직비자 연장, 봉사활동 인증, 취업 연계 등 각 단계에서의 행정적 장애물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협력과 환영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 ‘손님’이 아니라 ‘이웃’으로 받아들여질 때, 진정한 정착이 가능해진다.
경남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미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정주 지원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시작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연계해, 조선·항공·자동차 등 지역 주력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외국인 유학생에서 찾고, 맞춤형 교육과 현장 실습, 취업 연계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모델을 구축 중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산업연계 기술인재, 중장기적으로는 고급인재까지 지역에 정착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물론,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외국인 유학생의 정착을 위한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거나, 지역사회와의 연결이 형식에 그칠 경우, 기대했던 효과를 얻기 어렵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 개선과 문화적 장벽 해소 등도 중요한 과제다. 무엇보다, 외국인 유학생 본인에게도 지역사회 정착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도록, 안정적인 취업 기회와 생활 여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 정주 유예 기간 제도는 지역 인구 감소와 산업 인력난이라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충분한 논의와 명확한 지원 로드맵이 병행된다면, 이 제도는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성공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머무는 손님’이 아니라, ‘함께 사는 이웃’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와 실질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김상근(고려대학교 연구교수 (공공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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