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08일 13시30분
[온누리] 아중중 어머니합창단
한때 학부모들의 자기 아이만을 위한 행태가 문제 됐었다. 이른바 ‘치맛바람’이다. 아이를 잘 봐달라는 뜻으로 선물이나 촌지를 선생님에게 전했다. 물론 있는 가정 이야기이고, 서울 등 대도시 상황이었지만,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컸다. 또 공직인 교단의 도덕적 해이가 극심하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제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학교의 처사에 순순히 따르며 협조했던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래도 역사는 진보한다. 일부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학교참여를 통해 교육 발전을 돕는 사람들이 더 많다. 민주적인 학교운영과 교육공동체 구성, 학교 밖과의 연계 등 역할도 점점 커져간다.
전주아중중학교 어머니합창단 정기연주회가 어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있었다. 코로나 시기를 빼고는 매년 공연이니 벌써 열 번째이다. 어머니들이 잘 뭉친다는 초등학교에서도 어머니 합창단 운영은 어렵다. 더구나 3년이면 졸업하는 짧은 주기의 중학교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설사 어렵게 창단했다 하더라도 짧은 순간 운영되다가 사라지기 쉽다.
이 합창단은 2011년 창단됐다. 초기부터 탄탄하게 운영돼 2012년 5월 KBS홀에서 열린 전국합창대회에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내며 지역의 문화 자산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이렇게 성장하는 데에는 당시 김윤자 교장의 지원과 오명희 단장의 헌신, 지휘자인 박영근 성악가의 능력과 더불어 참여와 협조의 학교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아픔도 있었다. 모여 연습할 수 없으니 해체될 뻔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를 넘어 지역의 자랑이기도 한 합창단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명맥을 이어온 것이니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그대 고운 내사랑’으로 익숙한 영화와 드리마 주제곡들이다. 특별 출연으로 아중중오케스트라 학생들이 엄마들의 무대에 함께 서서 감동을 더 했다.
공연을 기획한 김미현 단장은 10회의 의미를 강조하며 서거석 교육감을 비롯해 창단 초기 학교와 합창단 임원들을 초대했다. 덕분에 당시 교감이었던 필자도 객석에 앉아 지나온 시절을 회상하며 아름다운 음율에 빠져들었다. 모두 직장이 있어 연습할 시간도 넉넉지 않았을 엄마들이 마련한 공연은 깊어가는 겨울을 따뜻하게 덥히기에 충분했다.
이런 문화가 학교마다 존재한다면 학부모는 물론, 교사와 학생들도 행복할 것이다. 아중중 어머니 합창단이 단순한 학부모 동아리를 넘어 지역 축제나 이벤트에 초대받는 이유가 있다. 음악적 완성도를 떠나 학부모의 학교참여 문화 모델이기도 때문이다. 따뜻하게 무대를 채운 합창단 엄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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