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07일 14시46분
[신생전북]양계장이 현대화되었다고 닭이 진보의 함성으로 `꼬꼬댁'하겠는가
30, 거짓으로부터의 탈주자유와 평화와 평등은
그 자체로 있는 것이지
진화하거나 진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억압을 없애는 것일 뿐이다
인간사회는 ‘적과 동지’를 만들지 않고는 지배체제와 국가를 유지할 수 없다. 내부에 적이 없다면 외부에라도 적을 만들어야 헌다. '적대하는 타자'가 있어야만 국가, 법률, 정당의 필요를 승인하게 하고,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국가는 수탈을 통하여 재분배함으로써 국가의 권능을 인정받고. 이 재분배의 과정을 통해 국가의 근원적 수탈성은 은폐되고, 재분배의 고마움으로 지지하는 정당과 국가권력에 대한 자발적 복종을 만들어내면서 정신승리에 도취하게 만든다. '정치라는 범주'는 ‘타자로서 적과 동지’, ‘법으로 은폐한 폭력’, ‘수탈과 재분배라는 교환관계’, ‘국가와 동일시하는 훈육으로써의 교육과 이데올로기 권능'을 중심으로 자기동일성을 확장한다.
국가란 개별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주체’를 국가에게 덜어낸 사태다. 양도할 수 없는 나의 권리를 국가에게 양도한 것이다. 그런데 재분배를 받기에 권리를 양도했다는 사태를 잊어 버린다. 또 ‘적대하는 타자’로부터 국가가 보호해 주고 있다는 종교적 믿음에 도달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우리가 국가에게 양도한 것은 주체성의 다른 표현인 자치∙자연∙자급이고 대신 얻은 것은 자발적 복종의 정신승리다. 이것이 정치의 속성이다. 정치라는 범주 그 자체가 문제다.
양주가 "털 한 올을 뽑아 천하에 이롭다해도 털 한 올을 뽑지 않겠다"고 했을 때는 주체의 덜어냄을 양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극단적 이기주의로서 유아론(唯我論)이 아니라 통치로써의 국가를 거부한 것이다. 그래서 양주는 "아무도 천하를 다스리려 하지 않는다면 천하는 저절로 잘 다스려질 것"이라고 했다. 세상을 위해 내 털 한 올을 뽑는다면 전 세계 민중이 모두 털을 뽑아야 한다.
세계는 백화일목의 구조나 법칙이 아니라,무한한 생명들이 무한한 사건의 연쇄파동으로 출렁거리는 곳이다.
2. 누구도 나를 대표할 수 없다
진실한 민주주의라면 어느 누구도 나를 대표하거나 대변할 수 없다. 주권위임에 의한 근대정치제도는 민주라고 할 수 없다. 필자는 이상적인 직접민주제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대의제를 하더라도 그게 민주라고 사기치지 말자는 뜻이다. 3500여 개 읍면동마을회의의 파송인으로서 국회를 생각한다. 4년 지역구 선출이 아니라 연합의 연합원리에 따라 상급이 아니라 하급인 광역에 더 하급인 국회에 파송인을 보내는 평의회제를 생각헌다. 임기 없이 누구나 언제든지 읍면동 필요에 따라 국회에 파견될 수 있다. 어떤 때는 미용원, 통닭집, 쌀집아저씨, 편의점 알바생이 의회에 한 회기 임기로 파송될 수 있다. 전국구는 지금처럼 정당 출마자에 의한 비례로 선출하고, 지역구 단위에서는 추대, 제비뽑기, 선거 등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연합의 연합에 의해 기성국가가 해체될 경우에도 역시 정부가 존재할 것이지만 이 정부는 5천 년 된 국가와 다른 연합행정체다. 지금까지 국가는 적대하는 타자였다. 전환이라는 것은 코페르니쿠스적으로 ‘적대하는 타자인 기존 국가’와 단절하고 ‘자유롭고 우애로운 타자로서 새로운 국가’(아마도 국가가 아닌 다른 것으로 불러야 하겠지만)를 생성하는 일이다. 이 새 국가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체와 연합의 연합행정체다. 당연히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마주치는 원리도 달라져야 한다. 적대하는 타자인 국가로부터 탈주하여 자유롭고 우애로 가득한 타자로서 연합의 연합으로서 새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봉건국가가 붕괴된 것처럼, 근대국가체제 또한 붕괴될 날이 올 것이다. 사회체제에 영속성은 없다.
동문길 객주 앞, 장정우 찍음, 세계는 구조나 법칙이 아니라 내리는 눈의 미세한 각도 차이가 우발적으로 마주친 사건들이 구성한다.
3. 진보, 진화의 기만
다윈이 '진화'라고 말했을 때는 진화(evoluution)가 진보(progress)를 함축한다고 생각해 사용하지 않고 줄곧 "변화를 동반한 계승(descent with modificatio)"이라는 용어를 썼고, 6판에서야 "진화"를 처음 썼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연화'(演化)와 '진화'를 함께 썼는데 지금은 진화를 주로 쓴다고 중국에 사는 지인이 확인해줬다.
발전이라는 개념으로 진화나 진보를 이해한다면 문명과 야만, 하등과 고등이 발생한다. 즉 분별과 차별이 있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진화나 진보는 곧 제국주의의 원천이 되고 약육강식을 타당하게 만든다. 시중에서는 통상 진보를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라고 말한다. 그런데 더 나은 상태라고 하는 것이 자유, 우애, 평등이라고 한다면 자유, 평등이 진화 또는 진보하는 것일까? 자유와 평화와 평등은 그 자체로 있는 것이지 그것이 진화하거나 진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억압을 없애는 것일 뿐이다. 억압 제거에 강조점을 둔다면 진화나 진보는 별로 쓸만한 개념이 아니다. 이 방향이 진보라고 기획하고 주장한다면 이 또한 현재 국가의 전체주의성을 반복하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윤노빈이 34세에 쓴『신생철학 』에서 말한 것처럼 "양계장 시설이 현대화됐다고 닭들이 진보의 함성으로 꼬꼬댁 하는 것"은 아니다.
4. 거짓으로부터 탈주가 개벽이다
사람을 구속하는 것에는 사회적 필연성, 구조, 역사의 법칙 등이 있다. 과연 역사에는 법칙이 있고 사회에는 구조가 있을까? 필자는 구조나 법칙이 선제적으로 그 자신이 제1원인자가 되어 사회와 역사를 이끌어 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역사에는 법칙이 없다. 사회에도 구조가 없다. 여기서 "구조가 없다"라고 하는 것은 사회 구조가 어떤 일정한 법칙에 의해서 이끌려진다는 뜻이 아니다. 구조는 있다. 그러나 그 구조는 우발성이 만들어내고 사후적으로 출현한 구조다. 자본주의 구조가 있어서 자본주의를 만든 것은 아니다. 법칙이나 구조는 사후적으로 출현한다. 어떤 사건의 전개에서 동일한 경향성을 찾아내서 우리는 구조나 법칙이라고 이름한다. 그 구조나 법칙이 전 인류사와 자연사에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구조나 법칙에 이끌린다면 인간은 자유가 없고, 노예화된다.
세계는 음양의 2진법도 아니고, 즉자-대자-즉대자의 3진법 변증법도 아니다. 수운의 불연기연도 불연과 기연의 2진법이 아니다. 그의 불연기연 논문에는 사건의 과정이 가득하다. 세계는 노자가 말한 것처럼 '도생일수'도 아니고, '무명'과 '유명'으로 분별되지도 않는다.
존재자들은 음, 양, 즉자, 대자, 즉대자, 유명, 무명로 분별될 수 없다.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이성', '실천이성'으로 분별되지도 않는다.
모든 존재자들은 사건의 과정자고 신은 사건의 과정 그 자체다. 모든 존재자들은 신이자(인내천, 물내천) 사건의 창조자들인데 신이 변증법, 사적유물론, 무명유명, 도에 따라 움직이는가? 악을 만든다고 사건의 창조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바다가 산 위에 있다면 미쳤다고 하겠지. 그럼 바다 밑이 평야인가? 바다 밑은 산맥이다. 산맥 중에서 높은 산맥이 뭍이다. 그렇다면 산이 바다 물골과 흐름을 정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나온 론, 주의, 철학, 사상이 인류와 지구의 길을 헛밝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다. 많은 경우 주역 시대의 2진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좌•우, 퇴보•진보, 남•여, 빈•부, 문명•야만, 육지•바다, 암•수, 자본•공산.....
세계는 2진법.....100진법이 아니라 무한진법이다. 그런데 이 무한진법의 세계에서 모순론, 변증법, 관념론, 유물론, 이원론, 일원론 이런 게 좀 우습지 않은가? 그렇다고 다원론인가? 그것도 우습다. 고작해야 원시부족사회, 노예제, 봉건제, 자본제, 공산제밖에 말을 못하는데 차라리 5원론이 낫겠다. 5원론을 다원론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삶은 유한하지만 유한이 이어지고 이어져 세계는 무한이다. 내 몸은 여기에 있지만 내 마음은 안드로메다에서 연인과 눈길을 걷는다. 몸과 마음이 따로가 아니라지만 마음의 물리적 거소는 내 몸이지만 마음의 파동 거소는 최초의 한 점으로부터 다음우주까지다. 말장난이라 하겠으나, 이 비유가 말하는 것은 반제반자본의 대안이 사회주의만이 아니며, 다음문명 또는 대안문명 또한 여러가지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문사철예술에서 아주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분명 작가의 개성있는 인물이기는 한데, 어디인가 기시감 느껴지는 작품이 많다. 한국 문학예술이 분명 새로운 인물을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 완전히 새로운 철학도 한국에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강주영(건축시공기술사·목수·전 교육부 대표 시민감사관)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