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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14일 14시07분

[신생전북론]범야(汎野) 압승에도 우리는 살던 대로 살 것이다

20.개화와 개벽 구도의 소환

장사가 잘 되고, 휴가가 늘고,
빚이 줄고, 월세 걱정도 줄까?
노후는 편안해질까?

기업하기 좋은 세상보다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이 `개벽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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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분만 좋을 뿐



22대 총선이 끝났다. 22대 총선에서 범야의 압승으로 기분이 좋기는 하다. 하지만 기분만 좋을 뿐이지 대다수는 살던 대로 살아야 한다.



진보는 이번 선거에서 망했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 진보가 출마하지 않았고, 서구적 의미의 진보는 1991년에 이미 망해서 실체가 사라진 지 오래다. 서구사상인 진보•보수가 아니라 우리나라(국가가 아니다)의 고유한 생각으로 말하자면 개화좌파인 민주당류 압승, 개화우파 국힘당의 참패다. 내 생각으로 녹색정의당과 진보당은 개혁적 개화좌파에 속한다. 개벽파는 실체가 없고 이제 생겨나고 있다. 이 점은 이 글 뒤에서 더 살펴 볼 것이다.



범야는 21대 총선보다도 의석수를 늘렸다. 범야는 20대, 21대, 22대 3대에 걸쳐 과반을 훌쩍 넘겼다. 이게 나라냐며 2016~2017년에는 촛불이 있었고, 문재인 정부가 있었다. 그런데도 정권은 퇴행적 세력이 차지했다. 심판 후에 반동이 온 것이다.





2. 무엇을 심판했는가.



그 반동을 심판한 선거였다. 현 정권을 심판했지만 뒷맛은 개운하지 않다. 지역소멸의 중앙독재, 사람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도시, 기후악당, 1천2만 명의 홀로가구•세대, 저출산, 농사멸종, 불평등을 심판한 것은 아니다.



국가니 민족이니 거창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지금 서 있는 현장에서,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식당에서, 마트계산대에서, 통닭집에서 생각해 보자. 장사가 잘 되고, 휴가가 늘고, 빚이 줄고, 월세 걱정도 줄까? 발을 동동거리며 아이를 찾으러 가는 날들이 줄어들까? 노후는 편안해질까?



앞서 말한대로 이른바 민주•진보가 다수당 집권당이 되었다고 대다수 인생들의 삶이 바뀌었는가? 대개는 살던 대로 살 것이다.





기분만 좋을 뿐, 야당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던 대로 살아야 할 것이다. 현장에서 용접하는 필자.



60이 넘은 필자 개인의 경험을 볼 때에 세상이 좋아지기는 했다. 굳이 통계를 들지 않아도 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보육, 교육, 각종 복지혜택은 확대되어 왔다. 가전제품, 개인 차, 주택보급률도 늘었다. 에너지도 군불에서 연탄으로 연탄에서 가스로, 태양으로 바뀌었다. 마르크스나 사회주의를 말한다고 체포하지는 않는다. 필자는 이런 좋은 일들은 정당의 역할도 있었지만 나랏사람들의 요구와 투쟁이 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경우 정당들은 뒷북으로 입안했을 뿐이다. 중대재해법처럼 뒷북이라도 입법해주는 당이 있으니 좋기는 하다.



3. 유통기한 지난 진보•보수구도의 폐기



이번 선거를 두고 세간에서는 진보가 망했다고 한다. 그런데 진보가 선거에 나오기는 했는가? 아니 한국에 진보가 있기는 한가? 더 나아가 서구적 사상인 진보와 보수가 필요하기는 한 것인가? 도대체 진보는 무엇인가? 철학, 사상적 정의가 아니라 세상이 더 살기 좋아지기 바라는 생각을 진보라고 하자.



그 생각의 핵심은 경제성장과 개발이다. 이 점에서는 여야가 같다. 그렇다면 분배를 누가 더 잘 하느냐가 진보의 기준이 된다. 자기 입장에서 민주당류, 국힘당류가 진보의 기준인 것이다. 지역소득(GRDP) 통계를 보면 대구는 17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로 가난한데도 국힘당을 지지한다. 대구와 비슷한 전라북도는 민주당을 지지한다. 전라도나 경상도나 농촌은 사정이 같은데도 당 색깔은 확 다르다.



이게 지역감정 때문일까?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그보다는 개발과 경제성장의 역사적 경험이 지역풍토로 내면화 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색이 곧 지역감정은 아니다. 박정희의 종말이 부마항쟁에서 비롯된 것을 상기할 때에 경상도가 반민주주의인 것은 결코 아니다. 거꾸로 전라도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진보 또는 민주주의자인 것도 아니다.

개발과 성장은 여야의 공약수고 경상도와 전라도는 지역풍토 투표를 하고, 수도권은 부동산 같은 이익투표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서구적 근대를 찬미하며 등장한 진보는 오늘날 잔보殘步가 되었다. 1991년 구 소련이 무너져서만이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약속한 자유, 평등, 우애의 진보 역시 근대의 기만으로 드러났다. 구사회주의나 자본주의자 모두 진보를 약속했지만 둘 다 실패했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와 보수는 한 배에 타고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일 뿐이다. 재야의 진보 역시 마찬가지다. 보수의 대칭어는 급진이지 진보가 아니다. 파시스트를 빼면 보수적 진보, 급진적 진보라 불러야 맞다고 본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는 어디에 속할까? 진보가 진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야경국가나 시장국가에 대하여 복지국가, 사회주의 국가를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서구적 사상인 진보•보수 개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여긴다.



4. 개벽과 개화 구도의 소환



우리의 고유한 생각인 개화, 개벽을 소환해야 한다. 진보•보수 구도가 아니라 개화•개벽구도여야 한다고 본다. 어째서 김옥균과 전봉준은 만나지 못했을까?



개벽파는 선거에 나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실체도 없다. 진보는 근대의 기만에 지나지 않는데 지금도 진보타령인가? 19세기 기획인 사회주의가 대안일 때는 진보일 수 있었다. 이게 파산을 맞은 1991년 서구적 사상의 진보는 역사의 수장고로 갔던 것이다. 있다면 진보가 아니라 잔보殘步다. 진보가 이미 1991년에 폭망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진보가 폭망했다고들 한다. 진보가 선거에 나왔던가? 생태가 옳고 정의로우나 자연문명이나 역사문명에서 지구고요세를 연장하려는 보수적 기획이다. 한국에서는 자본과 근대국가를 대체하는 대안이 제출된 적이 없다. 2004년 10석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민노당 역시 시장개혁안은 있었지 진보는 아니었다.



5. 지금은 전하錢下시대



옛 사람들은 하늘 아래 천하天下가 아니라 천할 천 천하賤下였다. 이병한의 말한 것처럼 지금은 돈 전 전하錢下시대다. 공교롭다. 천할 천과 돈 전은 창 과戈 부수가 똑같다. 천명의 대리자 천자나 왕 밑에서 사대부는 천하天下였고 대개의 사람들은 천하賤下였다. 수운동학은 사대부의 천天

과 민들의 천賤 모두를 개벽했다.



서구의 혁명이란 게 제국주의와 전하를 만들었는데 그 사람들은 그것을 진보라 불렀다. 수운과 해월은 자신들의 꿈을 개벽이라 불렀다. 진보는 자본 경제성장이건, 사회주의 경제성장이건 성장이 자유, 평등, 우애를 낳을 것이라 설교했지만 기존의 좌우 모두에서 그건 사기임이 이미 증명되었다.





지금은 돈 전 전하錢下시대다.



그렇다면 수운과 해월 1894년의 동학당들이 추구한 개벽세상은 무엇인가? 지금 세상이 돈 전 자 전하세상이라면, 어찌하면 천하도 전하도 아닌 세상이 되겠습니까? 개벽세상은 무엇입니까?



6. 개벽세상이란



개벽세상? 긴 말이 필요없다. 기업하기 좋은 세상보다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이 개벽세상이다.





박홍규 작 `해월' 목판화, 김개남이 묻기를 “언제가 개벽운수입니까?” 해월이 답하기를 “산이 다 검게 변하고 길에 다 비단을 펼 때요, 만국병마가 물러갈 때가 그 때이니라”



•전쟁이 없는 세계 •국가와 사회가 내게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 •대통령이 초등학교 선생님보다 먼저 오고, 낮은 자리에 앉는 것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평등하여, 비정규직의 신분불안정성을 고려하여 임금이 정규직보다 높은 세상 •지구생태수용력 안에서 광합성경제 •지역과 마을이 산업이 아니라 생활(생명활동)을 보장해줄 수 있는 터전이 되는 것 •어느 누구나 5평의 땅(건물)과 무료급식과 무상의료가 되는 나라 •국회의원이 사라지고 평의회제로 대체되는 것 - 마을대표자들은 그때그때마다 사안에 따라 파송 •국가는 지역과 마을의 연합의 연합으로 아래로부터 구성 •1,000년 넘는 관료선발 과거제 공무원시험은 폐지되고 분야별 자격증과 공무담임자격시험으로 대체 - 누구나 생애 한번은 공무원 •공무원 인사권은 시장군수가 아니라 마을자치회의가 갖는다 •몸노동과 기획노동의 차별 철폐 •농민과 농사(농사는 농업이라는 산업이 아니다.)는 사회적 합의로 보호 육성하되 기업농이 아닌 소농연합 방식 •대기업농식품회사는 농어촌특별세(한시적 목적세를 영구목적세화 해야 한다.) 가중부담하여 이 재원으로 광합성경제와 소농연합 광합성경제공유지를 형성 •농민과 도시민은 분리구분되지 않으며 연합반농반공반도의 지역 식량 및 공산품 교환체계를 형성 - 아파트, 공공기관, 공단, 헉교, 주민자치센터마다 연합매장을 연합경제로 설치 •첨단 소공업을 마을 단위로 장려하여 이를테면 전주시 36행정동마다 마을작업장을 설치하여 산업단지에서 마을로 귀환 - 이로부터 중가족제도가 부활 할 수 있을 것임 •마을통합돌봄센터를 설치하여 마을의 대소사를 요람에서 무덤까지 돌보도록 한다.



앞으로 이러 내용을 신생전북론에서 자세하게 다룰 것이다.

/강주영(건축시공기술사·목수·전 교육부 대표 시민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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