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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정성학
- 2024년 03월 04일 15시32분

도지사의 비상소집 명령도 '콧방귀'

-재난관리 책임기관 안전불감증 만연
-교량, 터널, 산사태 관리도 주먹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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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침수지역 중 하나인 익산시 낭산면 시설원예단지가 지난해 7월 중순 장맛비에 또다시 잠겨버린 모습. /사진= 전북자치도 제공



-법규정 위반자 징계 처분조차 나몰라

전북지역 재난관리 책임기관들이 도지사의 비상소집 명령을 나몰라 한 채 응소하지 않는가 하면 중대결함이 발견된 교량을 장기간 방치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마다 물난리와 감염병 등 각종 재난안전사고가 반복되다시피 하면서 도민들이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입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4일 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도내 지자체들의 재난안전분야 행정실태를 특정 감사한 결과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물론 유관기관인 군, 경찰, 기상청, 수자원공사, 전력공사, 가스공사, 농어촌공사, 자원봉사센터 등 재난관리 책임기관들에서 다양한 문제가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론 도지사와 시장 군수들이 비상상황시 발령하는 비상소집 명령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문제가 지목됐다.

감사결과 도청의 경우 지난해 가을철 비상 1, 2, 3단계에서 모두 40회 응소실태를 점검한 결과 무려 145개 부서가 응소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주시, 군산시, 익산시 등 7개 시·군청 또한 동기간 모두 41회 그 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127개에 달하는 미응소 부서가 나왔다.

유관기관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청 유관기관의 경우 지난해 여름철 총 13회 응소실태를 점검한 결과 모두 응소한 사례는 단 1개 기관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 가운데 5개 기관은 단 1차례도 응소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모든 재난관리 책임기관이 협력해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도록 한 재난안전법과 대통령령 등 관련 법규정은 유명무실 했다.

이런 실정이지만 지자체들은 자신의 기관소속 공무원들 외에는 유관기관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은 커녕 각 소속기관에 감찰조차 요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관기관 직원들의 복무관리와 감찰의뢰 등에 필요한 재난안전법상 위임된 권한을 지방조례에 담아두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진단됐다.

감사위는 이를 문제삼아 “정당한 사유없이 비상근무 소집명령에 응소하지 않는 근무자는 위법성, 피해발생 정도, 고의성, 효과성, 형평성 등 비위의 정도에 따라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징계 등과 같은 처분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을 계기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또한 유명무실 했다.

감사결과 진안군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무색하게 2년 가까이 전담조직을 구성하지 않았고, 임실군과 순창군은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를 직접 채용하지 않았고, 군산시는 안전보건관리 규정을 작성하지 않는 등 지자체마다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주민들 일상과 밀접한 도로 교량과 터널, 급경사지와 산사태 위험지역 등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도 주먹구구에 가까웠다.

예를 들자면 전주시, 익산시, 장수군 등 10개 시·군청은 지난 4년간(2020~23년) 도내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안전점검 대상 총 1,009곳 중 263곳(26%)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무려 464곳(46%)의 점검 결과는 인터넷 누리집에 공개하지 않았고, 총 903곳(89%)은 그 결과를 관계인에게 통보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한마디로 점검도 잘 않고, 점검하더라도 나혼자만 알고 덮어버리는 꼴이다.

이런 문제는 도로 교량과 터널 등 시설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동기간 도청을 비롯해 완주군, 고창군, 정읍시 등 11개 시·군청은 모두 150건에 달하는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18건은 안전등급 D·E등급, 즉 주요부재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한 시설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하면 임실군과 순창군은 각각 특정 교량에 대한 정밀안전점검 용역결과 중대결함이 발견됐지만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마무리 한 사실이 뒤늦게 들통났고, 군산시와 고창군은 각각 예산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중대결함이 발견된 관할지역 특정 교각의 보수 보강공사를 2년 이상 미뤄놓은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위는 이에대해 “시설물의 중대한 결함을 적기에 해소하지 않으면 안전성 확보가 지연되고 도민들도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즉각적인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아울러 “이런 상태에서 재해나 재난이 발생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자치단체장 등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며 재발방지책을 주문했다.

한편, 행안부에 따르면 전북지역은 지난 10년간(2012~21년) 태풍과 호우로 인한 피해만도 총 2,546억여원, 즉 연평균 250억 원대에 달하는 피해가 반복됐다.

지난해 장맛비 피해 또한 주택 침수와 농경지 유실 등 모두 10만1,482건, 그 피해액은 약 642억 원대에 달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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