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3년 03월 12일 14시13분
[온누리] 주꾸미
주꾸미 철이 다가왔다. 나른한 봄날 주꾸미와 냉이를 넣고 데쳐 먹으면 맛도 좋지만, 춘곤증을 없애주는 음식이라 하여 인기가 높다. 지난 주말 고창 구시포에서 주꾸미를 먹었다. 작은 어촌에 미식가들이 몰려왔다. 모두 주꾸미 손님이다. ‘봄 도다리, 가을 문어’에서 ‘봄 주꾸미, 가을 문어’로 바뀔 만큼 주꾸미의 위상도 높아졌다.
흔히 쭈꾸미라고 부르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쭈깨미, 쭈게미라고도 한다. 정확한 이름은 주꾸미이다. 한자로는 구부린다는 뜻의 ‘준어(蹲魚)’이고, 속명은 죽금어(竹今魚)이다. 다산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 ‘준어는 크기는 4~5치에 지나지 않고 모양은 문어와 비슷하나, 다리가 짧고 몸이 겨우 문어의 반 정도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주꾸미는 문어과의 연체동물이다. 같은 연체동물이라도 다리 수에 따라서 나뉘는데 오징어, 꼴뚜기, 갑오징어는 다리가 10개로 오징어과인 반면 주꾸미와 문어, 낙지는 8개로 문어과이다. 수심 10m 정도 연안의 바위틈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그물로도 잡지만 전통방식은 소라를 이용한다. 주꾸미가 오목한 곳에 몸을 숨기는 버릇이 있어 소라를 줄로 연결해 적당한 수심에 늘어뜨리면 그 안으로 들어간다.
가장 맛있는 때는 알이 중간쯤 찼을 때라고 한다. 꽉 차면 차진 맛이 덜하고, 알을 낳으면 살이 적을 뿐 아니라 단맛도 사라진다. 그래서 3월에서 4월이 가장 맛있을 때이다. 산란기인 5, 6월은 고갈을 막기 위해 금어기이다. 이때 주꾸미를 잡다가 적발되면 2년간 조업이 금지된다고 한다.
최근 주꾸미가 건강 식재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타우린이 풍부해서다. 타우린은 피로회복은 물론 치매도 예방한다고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 뇌과학연구팀은 타우린이 뇌 신경교세포를 활성화한다는 결과를 쥐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밝힌 ‘한국수산물성분표’에 따르면 주꾸미의 타우린은 낙지의 2배, 문어의 4배, 오징어의 5배나 된다고 한다.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지방이 적고 칼로리가 높지 않아서이다. 또 항산화물질이 풍부해 노화도 방지한다. 특히 몸통의 먹물은 항암효과가 있고, 위액의 분비를 촉진해 소화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젓갈로 담기도 어렵고, 말리기도 어려워 천대받았던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제철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한다. 살과 알이 통통하게 오른 주꾸미를 사이에 두고, 가족 친지들과 함께 하는 봄맞이는 어떨까? 주꾸미가 제철일 때에 맞춰 동백꽃도 핀다. 봄날은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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