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2년 12월 05일 09시16분
숲속은 평화를 되찾고 잔치판이 흐드러진다
창작극회 60주년 정기공연 ‘꿈 속에서 꿈을 꾸다’
1961년 창단된 창작극회의 모든 예술적 역량의 총체로서의 작품, 창작극 전문극단으로서 정기공연 170회에 이르는 풍부한 콘텐츠 재발견, 그리고 단체 존재 자체가 곧 전북 연극의 역사임을 널리 알리는 시도, 창작희곡 발굴 및 연극미학 개발의 생래적 목표실현 등 새로운 60년을 위한 첫 걸음으로의 의식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오랜 역병이 물러간 뒤의 더 없이 아름다운 숲 속, 도깨비의 왕이 역병의 퇴치를 자축하는 잔치를 준비한다. 하지만 잔치는 미진하고 광대들은 자꾸 슬픈 표정을 짓는다. 사연을 묻는 왕에게 그의 아내는 숲으로 도망쳐 들어온 젊은 남녀의 사연을 들어보라고 권한다. 왕 앞에 불려 나온 젊은 남녀(의 청춘남녀)는 자신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들은 대를 이어 앙숙으로 지내온 두 집안의 자식들이다. 남자는 일제 강점기 군무원('아부조부'의 ‘병주’)과 징용자의 아내('꼭두, 꼭두!;의 ‘필례’), 육이오 직후의 검사('나의 독백~'의 ‘검사’)와 팔십 년대의 운동권('아부조부'의 ‘경원’) 등이 속한 집안의 자식이다. 여자의 집안은 부상만 당하고 돌아온 실패한 독립군('그 여자의 소설'의 ‘작은댁 남편’), 북송된 반공포로의 딸('상봉'의 ‘명현’), 사할린에서 돌아와 보호시설에서 쓸쓸히 죽어간 노인('꼭두, 꼭두'>의 ‘만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남녀와 그 집안의 질긴 인연이 구구절절 펼쳐지는 사이에, 도깨비들은 결혼식을 준비한다. 하지만 이들의 잔치를 방해하는 할매와 그를 쫓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 노인이 나타나면서 이들의 결혼 준비 과정은 점차 예측할 수 없는 소용돌이로 치닫게 된다. 이승과 저승, 산 자와 죽은 자들이 뒤엉키는 원망과 복수의 시간 들이 지나고 마침내 화해의 시간이 다가온다. 숲속은 평화를 되찾고 잔치판이 흐드러지게 열리면서 막이 내린다.
전문예술단체 극단 창작극회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가장 오래된 연극 단체다. 1961년 아직 전쟁의 남은 한숨이 채 가시지 않았던 시절에 그 비극적인 전쟁 이야기를 다룬 희곡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박동화작, 연출)를 무대에 올리면서, 창작극회는 그 긴 발걸음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려 170편의 작품을 공연해 온 연보가 말해주듯, 오랜 전통과 인본주의적 작품 경향은 창작극회가 지향하는 분명한 가치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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