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2년 07월 12일 13시36분
[이승연 교수의 전북문화재이야기]금산사의 국보, 미륵전
금산사 미륵전은 건축양식과 미륵삼존불, 명필이 쓴 현판 등을 품고 있는 소중한 국보
백제시대 초창된 사찰로 알려진 금산사에는 현재 국보 1점, 보물 9점,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1점 등 11점의 지정 문화재가 있다. 초창은 백제시대인 599년(법왕 1)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산중암자 규모의 사찰로 창건되었다가, 신라의 통일 이후 766년(혜공왕 2) 김제출신의 진표율사(眞表律師, 734~?)가 6년여의 기간에 걸쳐 중창하면서 절의 기틀이 갖추어졌다.
경내의 대적광전 오른쪽에 위치한 미륵전(국보 제62호)도 이때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불을 모시기 위해 세운 법당으로, 연못을 참숯으로 메우고 세운 것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후백제 견훤이 아들 신검에 의해 3개월 동안 감금 되었던 곳이라고도 한다. 미륵전은 용화전(龍華殿)·산호전(山呼殿)·장육전(丈六殿)이라고도 불리우는데, 모두 미륵본존을 봉안한 불전이란 뜻이다. 현재의 건물은 1597년(선조 30) 정유재란 때 소실된 것을 1635년(인조 13) 수문대사(守文大師)가 재건하였고,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중수하여 남겨진 것이다.
건축양식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겉모양은 3층인데 내부는 통층인 특이한 전각이며, 1층과 2층은 정면 5칸, 측면 4칸 규모이고, 3층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 양식이다. 법당에는 미륵불 본존의 높이가 11.82m, 협시의 높이가 8.79m에 달하는 거대한 미륵삼존입불이 웅장하면서도 장엄하게 모셔져 있다. 이는 진표율사가 미륵전을 조성할 당시에는 미륵장륙상 한 분만이 모셔졌다가 그 뒤 1635년에 다시 복원 조성하면서 소조 삼존불로 봉안했는데, 1934년에 실화로 일부가 소실되었다가 4년만인 1938년 우리나라 근대 조각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김복진(金復鎭, 1901~1940)이 석고에 도금한 불상을 다시 조성해 오늘날의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따라서 내부에는 미래불인 미륵부처님이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좌측에는 법화림보살(法華林菩薩), 우측에는 대묘상보살(大妙相菩薩)의 미륵 삼존상이 봉안되어 있다. 1층 평면의 구성을 보면 내진(內陣)의 후반부 3칸에 3면을 벽으로 막아 불상을 봉안하였으며, 불상 앞에 불단을 설치하고 그 밑에 통로를 내어 본존불상의 철제 대좌를 만져볼 수 있게 처리하였다. 대좌는 청동 연화대로써 많은 세월이 흘러 연꽃 문형이 탈락하여 솥 형태로 변형되어 있으나 이를 손으로 만지면서 업장소멸과 소원 성취를 지극정성으로 발원하면, 미륵부처님께서 가피를 내려주신다는 영험담이 전해 내려오고 있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직접 만져보며 각자의 소원성취를 발원하고 있다.
그러나 탱화나 벽화는 내부에는 남아 있지 않고, 1층 외벽에만 관음보살, 사천왕, 금강신장 등 30개의 벽화가 남아 있으며, 안팎의 포벽 각각 36개소에는 전면에 여래좌상, 남북측면에 관음보살입상, 미륵보살입상, 동측면에 나한상이 그려져 있다. 2층 포벽에는 28개소에 인물화, 3층 포벽에는 18개소에 여래좌상과 존자상 등이 그려져 있다.
또한 외부에는 현판이 각층에 부착되어 있는데 1층에는 ‘대자보전(大慈寶殿)’, 2층에는 ‘용화지회(龍華之會)’, 3층에는 ‘미륵전(彌勒殿)’이라는 현판이 각각 걸려 있어서 큰 관심을 갖게 한다.
1층의 ‘대자보전(大慈寶殿)’ 현판은 당시 여류서예가로서는 드물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3~10회까지 입선과 특선을 하였던 정읍출신의 몽연 김진민(夢蓮 金瑱珉, 1912~1991)이 황정견 서풍의 행서로 쓴 것이며, 2층의 ‘용화지회(龍華之會)’는 서화협회 회장과 조선미술전람회 서부 심사위원을 지냈던 성당 김돈희(惺堂 金敦熙, 1871~1937)가 ‘사신비’ 서풍의 예서로 쓴 것이다. 그러나 3층의 ‘미륵전(彌勒殿)’은 낙관이 없어서 서자(書者)를 알 수 없으나 안진경 필획의 대자(大字) 해서에서 웅건한 필세를 느끼게 한다.
이 미륵전의 현판은 1934년 실화후 재건을 할 당시에 새로 만들어 걸었던 것으로 당시 선전(鮮展)에서 막강한 실력을 발휘했던 성당 김돈희와 그의 제자였던 몽연 김진민의 필적을 같이 볼 수 있는 중요한 서예사적 사료이기도 하다.
최근 대학원생들과 함께 종강모임 겸 현장학습을 위해 금산사를 찾아 미륵전을 비롯한 여러 국보와 보물들의 문화재적 높은 가치를 널리 알리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전북 문화재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이 더욱 깊어져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