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2년 04월 03일 15시45분
청목미술관 형상의 재해석 새로운 시선, 청목갤러리 김철 조윤전
이 전시는 동시대 작가 중에서‘형상’에 대한 작가적 역량이 탄탄하고 국내외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김철규, 김하윤, 서완호, 이동근, 이주원 등 5명 작가를 초대, 형상과 관련된 해석과 개별적 시선의 관점을 살핀다. 작가 고유의 조형 언어의 발현과 강점을 탐색⦁부각시킴으로써 작업 경향의 미적 가치와 인식을 제고⦁확산하고자 하는 의도로 전시가 기획됐다.
김철규 작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로 인간 내면의 의식을 들여다본다. 김하윤 작가는 인간의 내면 의식, 감춰진 욕망을 표출하며 소소한 일상을 반영한다 서완호 작가의 작업은 동시대 특정 장소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시대와 존재의 본질을 투영하는 작업으로 보인다.
이주원 작가는 동시대 속 일상과 경험을 통해 작가의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사유를 보여준다. 이동근 작가는 일상적 사유와 감각을 반영하며 인간의 내면 의식을 조명한다.
전시는 문인화 및 수묵담채 40여 점으로 구성됐다. 여천(如泉) 조윤(趙尹) 작가는 30여 년 동안 문인화 및 수묵담채 등의 먹 작업에 전념해왔다. 문인화는 글씨와 그림이 한 작품 안에 공존하는 독특한 표현양식이며, 수묵담채는 먹 자체에 농담을 주거나 한두 가지 채색을 첨가하는 등 변화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조윤 작가는 타고난 미적 감성과 감각이 절제되고 정화되어 무심한 듯 아닌 듯 비워두고 내려놓는 미학을 구현한다. 이는 오랫동안 작업해오면서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소재에 있어 동시대적 일상성을 택한다. 꽃, 나무, 물고기, 강아지, 새 등의 동식물과 주변에서 쉽게 마주치는 잔잔하고 평이한 풍경이 작품의 주된 소재다. 이는 관람자가 친근하게 다가가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상태에서 감상자는 능동적이고 열린 시각으로 작품을 수용하고 작품의 의미는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며 감상자는 작품과 다채롭고 새롭게 교유(交遊)하게 된다. 작가는 캔버스 화폭의 비율을 과감하게 변형하고, 파격적 구도와 대비를 활용하여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하는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또한 과감한 여백을 활용하며 거침없고 힘찬 필치를 화면에 구사한다. 화면의 절반 이상을 텅 비워놓은 채, 좌로나 우로 편중하여 대상을 배치하기도 하고 상부에 혹은 좌측과 하단부에 대상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흰 여백으로 텅 빈 채 남아있는 그곳(허)에 우주의 영기가 왕래하여 문인화와 수묵담채 고유의 깊은 감동을 선사할 수 있게 된다. 때로는 화면이 수묵담채로 가득 채워져 서양회화의 느낌을 주는 작품도 있다. 이로써 작가는 동양회화와 서양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먹 작업 영역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작가가 선호하는 우리 주변의 동식물과 일상적 풍경이라는 소재는‘화해’의 미학을 떠올리게 한다. 순수 이론적 차원에서 보면 화해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뜻한다. 미적 본질이며 이상이기도 한 화해는 동서 미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화해가 충만해야 만물이 생겨난다. 작가의 화면은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화해로 가득하다. 작가의 필선은 자유롭고 무심함에 도달한 경지로 화면에 잘 드러난다. 작가는 자유자재의 용필(用筆)과 능숙한 운필(運筆)로 먹 선과 먹색의 창의적인 표현을 구사한다. 아름답게 꾸미거나 예쁘게 하려고 의도하지 않으며‘기’와 하나가 되어 공명하는 그 순간이 화폭에 드러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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