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1년 11월 04일 14시43분
[금요수필] 금강산아, 내 소원 풀어다오
김정길
다행히 조국이 분단된 지 50년 만에 이루어진 남북관광교류사업 덕택에 선박으로 백두대간에 위치한 금강산을 다녀왔다. 또한, 중국을 거쳐 백두산 등정도 마치고 북한지역 국토종주를 염원했다. 그런데 2008년 7월 온 국민을 전율케 했던 금강산 50대 여성 총격사망 사건으로 남북관광교류는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일흔을 코앞에 둔 나는 가끔 동해에서 금강호에 몸을 싣고 다녀왔던 천태만상의 금강산을 떠올리며 남북관광교류가 다시 시작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1999년 찾은 금강산자락의 온정리는 현대타운과 금강산관광호텔, 김정숙 휴양소, 조총련 전용호텔, 온천, 휴양지, 음식점 금강산관리소 등이 밀집해 있었다. 외금강에서 제일 먼저 눈길을 잡는 것은 오랜 세월동안 비바람에 깎여진 닭알바위와 마을의 수호신으로 알려진 매바위다. 스님의 공양그릇 형상의 바리봉, 남성 심볼 남근바위, 웅장한 관음연봉, 세존봉, 채하봉, 수정봉, 신선들이 모인 형상의 집선봉 등 온갖 형상의 바위도 자랑거리였다.
만물상탐방코스는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운집해 있는 만물상과 천선대가 매력 포인트다. 천연조각으로 빚어놓은 관음봉은 부처님 형상이다. 관음폭포는 여자를 닮은 기묘한 모습 때문에 음폭(陰瀑)으로도 불린다. 관음폭포 상류에 있는 육화암(六花岩)의 암각서는 달빛에 비치는 바위모습이 흰 눈꽃 같다하여 양사언이 새겼다고 한다.
금강산 온정령과 비로봉은 백두산을 잇는 백두대간 마루금인데 통제구역이다. 만물상은 천지간의 동식물의 모형을 집합 시켜 놓은 성 싶다. 각도, 날씨, 시간, 계절, 장소와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달리 보였다.
복암 이동훈은 에서 만물상을 일컬어 “조화가 공교로워 도무지 헤아릴 수 없다. 매양 아주 기이한 곳을 볼 때마다 문득 경탄성(驚歎聲)을 발할 지경이다. 눈으로 형상해 볼 수도 없고 낱낱이 들 수도 없다.”고 묘사하였다. 망양대에 오르면 천천대와 동해가 한눈에 잡힌다. 천선대(天仙臺)는 네 개의 돌기둥으로 이루어졌다. 맨 앞 기둥에는 최치원이 새겼다는 ‘친선대’라는 암각서가 있다. 천선대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나무꾼과 선녀’의 무대였다.
금강산의 구룡폭포 주요탐방코스는 거대한 모습의 구룡폭포와 여덟 개 담潭으로 이루어진 상팔담과 신라 경순왕의 큰아들 마의태자가 고이 잠든 비로봉이다. 상팔담에서 비로봉은 통제구역이라서 접근이 어려웠다. 일흔을 코앞에 둔 나는 지리산에서 향로봉까지 남한의 국토종주를 마친 뒤 금강산에서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까지의 국토종주에 조바심치고 있다. 하지만 금강산은 내 소원을 들어줄 기미가 없다.
김정길 작가는
전 북문인협회 수석부회장,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 전북예총 자문위원 등
행촌수필문학회장 역임
교양도서 외 10권, 수필집 '어머니의 가슴앓이' 외 5권,
수상 : 대한민국 국민포장, 전북문학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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