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1년 05월 25일 13시55분
[이승연교수의 전북문화재이야기]임실의 석불문화재, 오수리·학정리 석불
“자연석에 새겨진 거대한 석불은 고려시대 민초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을 우리들에게 전해주며 인과를 알게 한다”
임실에는 고려의 석불을 대표할 만한 문화재가 있다. 하나는 오수리 석불(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86호)이며, 또 다른 하나는 학정리 석불(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87호)이다. 통일신라나 고려시대에는 주요 사찰이나 교통로에 중요한 불상이 조성되면 주변 지역에서도 이를 모방한 불상을 건립하였는데, 특히 고려시대에는 마애불상이 유행하면서 거대한 석불에 정토의 꿈을 담아 조성되었다. 그리고 석불들이 일반 서민들의 생활속에 발현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오수리 석불은 관월마을의 남서쪽에 있는 하나의 암석으로 된 석불입상으로 아랫부분이 땅속에 묻혀 있어 지대석이나 단 없이 맨땅 위에 서 있다. 높이는 350㎝로, 몸체는 어깨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조금씩 체감되는데, 어깨 너비는140㎝, 땅에 접한 부분의 너비는 100㎝, 상의 높이는 240㎝이다. 앞·뒤쪽에서 보면 완만한 타원상의 원추형이고 옆쪽에서 보면 한쪽은 완만한 타원형이고, 다른 한쪽은 불상이 조각된 면만 약간 볼록하게 솟아 있다. 앞면에 조각된 미륵석불의 광배는 두광·신광·화염문이 조각되어 있고, 머리에는 육계가 있으며 얼굴 모습은 역삼각형이며, 눈은 개안이고, 목에는 삼도가 있다. 양 귀는 길고, 코는 이등변삼각형으로 볼록하고 평평하다.
학정리 석불은 삼계면 학정리 석문동의 밭 가운데에 있었던 돌부처인데, 하반신은 땅 속에 묻혀 있고 상반신만 지상에 드러나 있었으며, 지금은 성문사 법당에 모셔져 있다. 석불의 크기는 높이 245㎝, 너비 98.8㎝, 두께 35.4㎝의 석불입상이다. 머리에는 큼직한 육발(肉髮)이 있다. 두 귀는 도톰한 양 볼 아래까지 쳐져 있고 턱은 두텁게 생겼다. 가느다란 두 눈은 양쪽 끝이 약간 치켜 올라갔으며, 입은 작은 편이나 미소를 띠었다. 왼손은 배 중앙을 가로 질러 오른손 관절부분에서 희미해졌다. 전체적으로 둔중하고 풍만한 생김새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특징은 굵은 목, 팽팽한 상반신에도 나타나 있다. 팽만한 체구이지만 세련미보다는 둔중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어서 시대적인 특징을 보여 준다. 법의(法衣)는 두 어깨를 덮고 내려 가슴 부분에서 완만한 U자형을 이루는 통견의(通肩衣)이고, 의습(衣褶)은 선이 희미하여 형식화된 듯하다. 드러나 있는 부분만으로 추측하여 볼 때, 왼손에 연호(燕壺)와 같은 어떤 물건을 들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약사여래(藥師如來)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들 석불에는 당시 불자들의 불심을 담은 많은 스토리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오수리 석불은 옛날 한 아낙네가 마을 뒤쪽 산에서 큰 집채만한 바위덩어리가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저것 좀 보라”고 큰 소리로 외치니 그 소리를 들은 바위가 그만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서버렸다는 것이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석불인 것을 알고 정성껏 불공을 드렸는데 석불이 마을 앞까지 나와 안좌했더라면 마을이 더욱 융성하고 자손이 오래도록 부귀영화를 누렸을 것이라고 하는 아쉬움이 전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학정리 석불은 어느 날 풀을 먹다가 달아난 소를 발견하고 화가 난 농부가 소에게 돌을 던졌으나, 잘못하여 석불의 코를 맞혀 석불의 코 귀퉁이가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농부는 그날부터 병을 앓다가 죽었는데, 주민들은 농부의 죽음을 석불이 내린 벌이라 생각하고, 석불을 두려워하게 되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외에도 임실에는 선각불상인 덕계리 석불과 석정암 마애여래좌상이 있으며, 길바닥에 해학적인 모습으로 주저앉은 듯한 용정리 석불에서 미륵세상의 염원을 느끼게 된다.
이와같이 불심이 깊었던 고려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뒷동산이나 들판에 우뚝 서 있던 암석에도 부처를 새겨 숭배하면서 신앙심을 키웠고, 이웃에게 자비심을 베풀며 불성을 지키려고 했던 삶의 모습들이 천여년을 지켜온 문화재들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의 바이러스 창궐 또한 무차별적인 자연파괴에 의한 인과의 결과임을 재인식하며, 거대한 석불앞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참회의 기도를 드리고 싶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자연그대로의 돌에 우리 한국인의 모습을 닮게 새긴 석불에 인간적인 생명력을 불어 넣어 늘 가까이에서 불심을 닦았던 우리 조상들의 염원과 우리의 소망이 하늘에 닿아 일상의 행복을 찾는 미륵세상이 곧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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