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9월 21일 13시21분
[아침발걸음]기후변화와 농작물의 병해충
“농작물 병해충 위기대응 실무매뉴얼 마련,과수화상병 방제와 근본대책 마련 위한 연구 시작"
올해 과수 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에게 가장 큰 시름을 안겨준 병은 단연 과수화상병이다. 특히, 충청북도 충주와 제천 지역의 피해는 매우 극심했고, 경기도 뿐 만 아니라 강원도와 전라북도에서도 추가로 발생했다. 2015년 경기도 안성의 배 과수원에서 처음 발생한 과수화상병은 최근 2년간 급속히 늘어 금년에는 작년보다 3배 이상인 약 630농가에서 발생하여 막대한 농가피해와 공적방제 비용이 발생했다.
19세기 후반 북아메리카에서 최초 발생한 과수화상병은 20세기 들어와 뉴질랜드와 유럽을 거쳐 전 세계 40개국 이상으로 퍼진 상황으로 발생조건에 맞는 기상이 지속되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과수화상병이 2~3년새 급증한 주요원인의 하나로 기후변화를 들 수 있다. 몇 년새 지속되고 있는 따뜻한 겨울과 온도가 높고 습한 여름은 화상병 발생 시기를 앞당기고 확산시키는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비록 발병 밀도 이하이지만 여러 지역에 병원균이 전파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국내에서 재배중인 사과와 배의 주요 품종들이 병에 걸리기 쉬운 품종들이라는 점도 사과와 배의 생산환경이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해 졌음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이상기상은 생물의 계절성, 즉 봄철 꽃피는 시기와 화분매개충의 활동시기를 불일치시키는 등 농작물의 생산을 방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피해는 과수화상병과 같이 새로운 병해충의 비정상적인 대발생이나 새로운 유입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꽃매미와 같은 돌발해충에 의한 농작물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과실파리류와 같은 검역병해충의 발생은 국내 농작물의 생산과 수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근래 자주 국내 농경지에 비래하여 발생하고 있는 열대거세미나방과 금년도 산림지대에 국지적으로 대발생한 매미나방과 같은 산림 해충은 언제든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최근 서남아시아를 거쳐 중국에도 피해를 주고 있는 사막메뚜기나 중국 남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나무메뚜기에 대한 철저한 검역과 모니터링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습하고 더운 기상이 장기화되면서 벼의 도열병과 고추의 탄저병의 발생도 예년에 비해 증가했다. 멸구와 혹명나방의 비래량도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적절한 관리가 되고 있던 기존의 병해충도 기상여건이 바뀌면 언제든 대발생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홍수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 뿐 만아니라 환경의 변화로 발생이 증가하는 병해충에 의해서도 농산물 생산에 큰피해를 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에 의한 이상기상의 발생을 예측하기 힘들어진 것처럼 새로운 병해충의 발생도 역시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병해충의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환경변화의 방향성에 대한 예측이 어렵고, 다양한 병해충의 밀도를 전국단위로 분석하여 발병을 예측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금년 각도 농업기술원과 시군농업기술센터가 참여하는 ‘농작물 병해충 위기대응 실무매뉴얼’마련하고, 고위험병해충대응사업으로 과수화상병 방제와 근본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매뉴얼을 통해 국가와 지자체별 관련 기관의 임무와 역할, 협조사항 등을 정함으로써 병해충 발생시 혼선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만드는 것과 근본적인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개발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일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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