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9월 15일 13시41분
[온누리] 조선의 3대 도적
도적(盜賊)의 뜻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을 말하며 우리말로는 도둑이다. 그 명칭도 좀도둑(절도)을 비롯해 큰 도둑놈을 대도(大盜), 떼도둑들을 군도(群盜), 바다의 떼도적은 해적, 산에서의 떼도적은 산적이라 했다. 의적(義賊)은 부정하게 모은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훔쳐다가 가난한 백성들에게 돌려주는 자랑스러운(?) 호칭이다.
조선시대 의로운 3대 도적으로는 홍길동(洪吉童), 임꺽정(林巪正), 장길산(張吉山)을 꼽는데, 이들은 도적질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떼도적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괴들이다. 3대 의적에는 빠져 있으나, 통속소설의 대가 정비석이 쓴 ‘의적 일지매’ 는 조선 말기 신출귀몰한 행동으로 붉은 매화를 흔적으로 남기고 자취를 감추는 매력 있는 소설의 주인공이다.
의적의 우두머리들은 출몰연대는 정확하지 않으나, 모두가 실존 인물이다. 두령 홍길동은 1443~1510년(?) 전라도 장성현 아곡리에서 경성절제사(정삼품의 무관벼슬) 홍상직과 관기 옥영향 사이에서 태어난 서얼(庶孼)로 태어났다. 홍길동은 조선 10대 연산군 시절 충청도일대를 중심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인물이며, 성호 이익은 그의 저서 `성호사설'에서 그를 임꺽정, 장길산과 더불어 조선의 3대 도적으로 꼽기도 했다. 그들은 탐관오리들을 떨게 하고 핍박받는 서민들을 위해 싸워준 의적으로 높이 평가 받는다. 선조 때 허균은 중국의 수호전을 모방해서 우리나라 최초로 쓴 한글소설 `홍길동전'에서 신출귀몰한 활빈당의 수괴로 재탄생 시켰다. 16세기 이후 빈번했던 농민들의 봉기는 탐관오리들의 수탈과 적서차별 등 부조리한 세태를 묘사하면서 개혁을 부르짖은 진보적인 역사의식을 담고 있다.
임꺽정(1521~1562)은 조선 전기 명종시대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난 백정출신이다. 16세기 중엽 황해도 구월산을 중심으로 농민과 백정, 천민들을 모아 지배층의 수탈에 저항한 반란은 무려 3년간(1559~1562년까지)이나 지속되었다. 임꺽정의 (농민)반란은 명종의 외숙인 윤원형을 중심으로 한 외척세력을 몰아내는 계기를 만든 의미를 지닌다.
임꺽정은 지배층으로부터 빼앗은 재물들을 착복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고 억울하게 옥에 갇힌 죄수들을 풀어주는 등 의로운 도적으로 이름을 높여갔다. 그는 황해도와 경기도북부지역, 평안도, 강원도 지역에서 주로 활동했고 정부군들의 대대적인 토벌로 임꺽정은 참모인 서림의 토설로 인해 관군에게 잡혀 1562년 1월(명종 17년)에 처형되었다.
임꺽정이 이끈 농민들의 반란은 조정의 지배층에게는 불안과 공포의 위기의식을 안겨주면서 평가는 상반되어 지배층들은 흉악무도한 도적으로 민중들은 의적으로 영웅화 되었다. 벽초 홍명희의 대하장편역사소설 `임꺽정'은 1928년 11월~1939년 3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기도 했다.
장길산은 출몰연대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조선 19대 숙종 때의 광대출신 도적이다. 도당을 규합하여 우두머리가 되었으며, 광대놀이를 잘하고 용맹스러웠으며, 숙종 18년(1692년) 경 평안남도 양덕 일대를 중심으로 하여 관청을 괴롭혔다고 한다.
숙종 때의 시대배경은 노론과 남인들의 권력싸움이 극치를 이룬 가운데 장희빈의 등장으로 더욱 어지러운 시대상이었으니, 백성들의 생활은 궁핍해질 수밖에 없었다.
황석영소설가에 의해 대하 장편소설 `장길산'이 현암사에서 출간되었으며, 1974년 7월 11일에 시작해서 1984년 7월 5일까지 한국일보에 2,092회 장기간동안 연재되었다. 강원도와 함경도일대에서 활약한 그는 끝까지 관군에게 잡히지 않은 도적이며 ‘성호사설’에 3대의적으로 기록되었다.
/김형중(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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