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0년 08월 24일 08시36분
[온누리]도박사의 오류
인간을 움직이는 키워드에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라는 게 있다. '그 동안 계속 잃었으니 이번엔 딸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 승률이 50%라면 100번을 연이어 진 후라도, 101번째 이길 확률은 여전히 50%다. 또, 동전을 두 번 던졌을 때 모두 앞면이 나왔다면 다음번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오판하는 것을 ‘도박사의 오류’라고 한다. 도박사의 오류는 서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일련의 확률적 사건들에서 상관관계를 찾아내려 하는 사고의 오류를 말한다.
야구에서 3할대의 타자가 2번 연속 출루에 실패하고 3번째 타석에 섰을 때 "이번엔 안타를 칠 확률이 거의 확실하니 투수가 조심해야"라고 말하는 것은, 그가 지난번 타석에서 안타를 쳤다는 이유로 "이번과 다음엔 아웃 될 것이 확실하니 투수는 아무 공이나 던져도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룰렛의 구슬은 이전에 어떤 숫자가 나왔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데, 도박사들은 앞서 홀수만 여러 차례 나왔다는 사실을 룰렛의 구슬이 기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잘못을 범한다. 사람들은 이런 판단이 옳은 것이라고 해도 여전히 자기의 생각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확률적 오류를 ‘도박사의 오류’라고 한다. 모나코의 도박도시인 몬테카를로를 빗대 ‘몬테카를로의 오류’라고도 부른다. 각각의 게임이 확률적으로 독립되어 있는데도 그렇지 않다고 착각해서 생기는 오류다. 동전 게임도 마찬가지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연이어 나오면 그 다음은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을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둘다 확률적으로 보면 어차피 50%를 넘을 수 없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병적인 도박꾼이었다. 도박에서 손을 떼기로 수없이 다짐했지만 한번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면 다시 도박판으로 달려갔고 심지어 집에 돌아올 차비마저 잃고 열흘동안 걸어서 귀가한 적도 있다고 한다. 결혼반지에서부터 귀걸이, 옷, 신발까지 돈되는 것은 죄다 전당포에 맡겨 남아나는 물건이 없었다. 도스토예프스키도 바로 이 치명적인 ‘도박사의 오류’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딸 부잣집이 계속해서 딸을 낳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딸을 잇따라 몇명 낳고 나면 다음 아이는 반드시 아들일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딸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부모들의 착각이 심해져 결국 여섯명도 낳고 일곱명도 낳는다는 논리다. 확률적으로 보면 어느 경우나 아들을 낳을 가능성은 2분의 1이다. 딸을 연거푸 낳았다고 해서 다음 아이가 아들일 확률이 절대로 높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딸이 많은 부모는 아들 욕심에 사로잡혀 확률적 오류에 쉽게 빠지게 된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드디어 성공할 때가 왔다고 확신하게 되는 도박자들의 이상심리가 바로 도박사의 오류다. 도박사의 오류를 생각하면서도 이같은 오류가 발생해, 인구를 늘리는 데로 번져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이종근(문화교육부장)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