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2월 25일 15시46분
[온누리]슈가(Sugar) : 제도를 바꾼 모성애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 만성 질환으로 전 연령층에서 발생한다. 평생 인슐린 주사를 투여하며 저혈당과 고혈당을 오가는 극심한 혈당 변화를 관리해야 하기에 환자와 가족의 삶은 고단하다. 하루에도 수차례 손끝을 찔러 혈당을 체크하고 인슐린을 주입해야 하며, 잠시만 방심해도 생명을 위협하는 저혈당 쇼크의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김미영 1형 당뇨병 환우회 대표는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중 아들의 발병 소식을 접했다. 매번 손끝 채혈로 혈당을 측정하고 인슐린 용량을 결정해야 했던 고통스러운 일상 속에서, 그녀는 해외의 연속혈당측정기(CGM)를 도입해 '데이터 기반의 돌봄'을 시작했다. 이는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혁신이었다.
그녀는 이 지식을 다른 환우들과 공유하며 어두운 터널 속 한 줄기 빛이 되어주었으나, 돌아온 것은 식약처의 고발이었다. 이는 현행법이 기술의 발전과 환자의 생존권을 따라가지 못했던 시대적 한계였다. 그러나 그녀는 좌절하는 대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투쟁을 선택했다. 결국 그 의지는 연속혈당측정기의 안정적인 도입과 보험 급여 적용을 끌어냈으며, 보건의료 현장에서 '환자 중심의 돌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그녀의 행보는 1형 당뇨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교육·의료·디지털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었다. 덕분에 음지에 머물러 있던 1형 당뇨병의 현실이 세상에 알려졌고, 사회 구성원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함이 강조되었다.
지금도 김미영 대표의 선한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숭고하고 아름다운 여정이 영화 ‘슈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26년 1월 개봉하는 이 영화를 통해 1형 당뇨병이 단순히 '관리하기 힘든 병'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과 연대로 함께 관리하는 병'으로 인식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명인(원광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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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2-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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