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2월 18일 15시40분
17세 빙하기를 건너가는 청춘의 은밀한 숨바꼭질
서철원 '내 인생의 발렌타인'
이 시대 청소년 소설이란, 999,9% 이런 것임을 보여주는 '내 인생의 발렌타인'은 청소년 소설의 ‘새로운 물결(New Wave)'로 평가된다,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을 비롯해 다가올 크리스마스와 해마다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청소년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것 같다.
'내 인생의 발렌타인'은, 고등학교 1학년인 민지의 시선을 통해 드러나는 다층적 캐릭터로서, 허브에 매료된 엄마, 잦은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아빠, 탈북보이 제이콥과의 꿈속 여행, 이지적이면서 마법적인 이미지의 윤미, 열정과 독기가 배어 있는 성민, 전주 한옥마을에서 만난 남자 등 각각의 군상에게 독립적인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소설의 파격과 즐거움, 아픔과 웃음, 고뇌와 방황의 깊이를 안겨준다.
탈북보이 제이콥과 민지와의 꿈속 여행은, 마법과도 같은 판타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동물과의 공존을 위협하는 비극적 사건을 정면에서 파헤쳐나간다. 동물과의 연대를 꿈꾸는 자들의 희망은, 인간의 편에서 살아 숨 쉬는 생명에 대한 존엄과 사랑에 있다. 인간의 이기와 인간만의 잔인성 앞에 무차별적이며 참혹하게 살해되는 동물들에 대한 비극적 사연은, 악의 축에 대한 엄숙한 경고인 동시에, 이 시대가 그려내는 슬픈 초상을 보여준다.
그 때문에 '내 인생의 발렌타인'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인 동시에 어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을 필독서로 권장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소설에 나타나는 청소년의 생활과 삶의 방식은, 엄밀히 어른들의 삶에서 파생되기 때문이며, 소설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에피소드마다 어른들이 지나쳐온 레트로한 삶의 모습이 먼 곳의 추억처럼 슬프고도 우아한 잔상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세상은 만남의 연속인 동시에 헤어짐의 연속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양면성, 나와 타인과의 운명적 만남이란, 여러 차례 우연을 딛고 일어서는 그것이 확신으로 바뀔 때 비로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이 조금씩 성숙해 갈 때마다 새로운 ‘발렌타인’을 찾아나서는 민지의 인생은 그 나름의 이유와 깊이를 해설하기 위해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고뇌한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5-12-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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