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2월 16일 10시07분
[온누리] 애동지
22일은 겨울의 네 번째 절기, ‘동지(冬至)’이다. 선조들은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또는 ‘작은 설’이라 해서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고도 했다.
동짓날은 양력(揚曆) 12월 21~23일 중에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태양력에 의한 자연의 변화를 24등분하여 표현한 24절기(節氣)중 22번째 절기로서, 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고 부를 만큼 중요한세시 명절 중의 하나였다.
하지(夏至)가 지나면서 점차 낮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동지(冬至)에 이르러 가장 짧아지고, 그 다음날부터는 일음일양 낮이 다시 조금씩 길어지고 밤은 점차 짧아진다. 동지에는 뭐라 해도 팥죽 먹는 날이다. 그래야 나이를 먹는다는 말도 있다. 아마 새롭게 시작한다는 뜻으로 했던 말일 것이다.
올해 동짓날은 조금 다르다. '애동지(兒冬至)'이기 때문이다. '애동지’는 음력 11월 10일 안에 드는 동짓날로, 옛 사람들은 이날 먹는 팥죽이 어린이들에게 해가 된다고 생각해 팥죽 대신 팥떡을 해 먹었다. 음력으로 동지가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라하고, 동짓달 중순에 들면 중동지라하며 동짓달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 한다. 애동지는 경북과 강원도에서는 애기동지·아동지라고 하며, 전남에서는 아그동지로 부르며, 강원과 전북에서는 소동지로 부른다. 전국적으로 애동지때 아기가 있는 집에서는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해서 팥죽을 먹지않고 떡을 해서 먹는 풍습이 일반적이다. 노동지는 경북에서는 어른동지, 구동지, 늙은이동지, 강원도에서는 늦동지, 전남화순에서는 노인동지, 제주도에서는 종동지로 불리우고 있다.
"애동지엔 팥죽을 쑤어 먹지 않는다", "팥죽을 쑤어 먹으면 어린아이에게 해가 끼친다" 초순에는 음기가 세지 않기 때문에 팥죽을 쑤지 않는데, 이 때 팥죽을 쑤면 집안의 어린아이에게 해가 끼치고, 어른보다 먼저 죽는다고 한다.사람은 태어난 순서대로 떠나는 것이 아니다. 어버이가 살아 있는데 자식들이 먼저 세상을 뜨면 어버이의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어버이를 두고 자식이 먼저 저 세상으로 가면 참척이라 하지 않는가. 그러니 자식들에게 해가 된다는데, 그 누가 애동지 때 팥죽을 쑤겠는가.
동지엔 예로부터 붉은색·팥·부적 등을 사용해 잡귀를 막고 복을 기원하는 풍속이 전해진다. 팥죽이든 팥떡이든 팥은 겨울철 건강지킴이 음식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우주 질서 속에서 사람들은 동지가 비록 가장 추운 때지만, 동지가 지나면 다시 봄이 멀지 않아 따뜻해진다는 희망을 갖고 살았다. ‘동지가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도 바로 이같은 연유에서 비롯된 말이다.
동지에 먹는 팥죽은 단지 화를 피하고 복을 부르는 주술적인 기원 외에도 겨울을 슬기롭고도 과학적으로 지낸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팥은 귀신이 붉은 색을 싫어한다는 주술적인 의미말고도 팥을 섭취할 경우 인체에서 열을 내어 추운 겨울을 잘 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요즘처럼 을씨년스런 겨울밤엔 사람의 체온이 그립다. 길고 긴 추위를 견디며 봄을 기다리는 나무처럼 외롭지는 않아도 동지가 코앞에 다가온 요즘은 지난 추억 때문에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12-17 6면
http://sjbnews.com/867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