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1월 25일 16시18분
[기고]국산 열풍건초, 수입 의존 끊고 말 산업 자립 이끈다
최근 승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말산업 전반에 대한 관심도 함께 늘고 있다. 2025년 현재, 국내에서 사육 중인 말은 약 2만7천 마리로 승마·경마·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말 사육에 필수적인 건초는 여전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실제로 수입 풀사료만 사용 비율은 81%에 달하는 반면, 국산 풀사료만 사용하는 비율은 2% 내외에 불과하다.
특히 티머시와 알팔파 등 주요 초종은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환율 변동과 국제 시세에 따라 사료비가 크게 변동할 수 있고, 장거리 해상 운송 과정에서 품질 저하나 곰팡이 발생 등의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농가 경영의 큰 부담 요인이다. 결국 높은 해외 의존도는 말 산업의 안정적 성장에 제약을 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2022년 ‘풀사료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현장에 보급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추진해왔다. 열풍건초는 자연 건조 방식과 달리 기상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며, 일정한 수분과 영양 성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말에게 적합한 풀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말은 소나 염소보다 건초의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풀사료의 균일성과 곰팡이 발생여부가 말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바로 이 점에서 열풍건초는 탁월한 강점을 지닌다.
이와 같은 특성을 바탕으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마사회, 농협경제지주, 지자체, 그리고 풀사료 생산 경영체가 힘을 모아 국산 열풍건초의 생산과 유통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말 사육 농가의 수요를 고려해 포장·가공 방식 등 품질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시범 공급을 통해 실제 현장 활용 가능성도 검증했다.
실제 한국 마사회가 2024년 11월 실시한 승용마 농가 대상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열풍건초 구매 의향을 보였으며, 포장 형태는 수입 건초와 같은 ‘사각 압축 밴딩’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76%에 달했다. 또 구매 시 중요 요소로는 가격(44.8%), 영양가(27.6%), 품질(24.1%) 등의 순으로 꼽혔고,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는 열풍건초의 수요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제는 이 수요를 실제 공급으로 연결할 수 있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농가가 선호하는 포장·가공 방식을 현장에 적용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지역 단위의 농축협·유통센터와 연계해 열풍건초의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품질 관리 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말 산업은 단순한 축산업의 일부를 넘어 지역경제와 문화·관광 산업을 견인하는 미래 성장 동력이다. 국산 열풍건초의 안정적 생산과 유통은 농가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국내 말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조사료생산시스템과 정종성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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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1-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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