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1월 23일 15시14분
[메아리]마을 표지석 단상
마을 표지석은 돌, 철, 나무 등 다양한 재질로 제작된다. 그리고 마을마다 역사와 문화, 특산물을 상징하는 형태로 제작된다. 보통 정면에는 마을 이름이 새겨진다. 여기에도 마을의 특징을 나타내는 수식어가 먼저 쓰이기도 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00마을, 다양한 문화 속에 모두가 하나 되는 00마을, 효자 00마을, 00발생지 00마을, 환영합니다 00마을 등 지면에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어느 마을은 한자어 대신에 순우리말 마을 이름을 기재하기도 한다. 뒷면에는 보통 마을 유래가 기재 된다. 마을 풍수, 자연환경, 지명 유래, 전설, 마을 성씨, 유물 유적, 심지어는 마을에서 태어나 세상에 알려진 인물까지 서술한다. 손바닥만 한 마을지(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담겨 있기에 마을 사람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을사업을 하는 마을에서는 입구에 안내판에 마을 지도에 문화유적을 표시하기도 하고 역사와 문화를 알기 쉽게 정리해 설치한 예도 자주 볼 수 있다. 마을 사람 관점에서 마을 표지석은 꼭 있어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방문객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마을을 답사하다 보면 마을에서 어르신 뵙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마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방안이 마을 표지석이다. 뒷면에 마을의 역사와 내용을 간략하게 기술되어 있어 많은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 대부분 마을에는 마을회관이 경로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과거 모정이나 둥구나무가 마을공동체의 핵심 역할을 했으나 요즘에는 마을회관이 그 구심점에 있다. 마을회관 준공을 기념하여 대부분 준공 기념비를 세우게 되는데 전면에는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있다. 당시 기부자와 추진위원 명단도 뒷면에 기록되어 있다. 마을회관 준공기념비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록 문화유산에 자긍심을 가진 민족이다. 지금도 시·군사를 비롯하여 읍·면지 그리고 마을지가 수없이 제작되고 있다. 그런데 마을지의 제작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래서 살고 있는 사람이나 방문하거나 혹은 답사하는 사람이 마을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알게 방안으로 마을 표지석의 제작은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자체마다 특색을 살린 마을 표지석이 지금도 설치된다. 지자체에 나름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서 형태는 거의 비슷하고 앞면에 마을 이름, 뒷면에 마을 유래, 역사, 문화 등을 기록한다. 마을 표지석 또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삼아 마을 특징을 나타내는 조형물로 제작된다면 지자체의 또 다른 자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내용적인 측면은 지역 문화원 등 자문을 받아 정확한 마을역사가 기록되었으면 바람이다.
마을 표지석은 단순히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것만이 아니라 마을 사람이 한마음으로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던 공동체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마을 표지석은 마을의 정체성과 전통, 공동체의 염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대적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지나친 평가가 될까?/이상훈(한국 한방고등학교 교장·진안문화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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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1-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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