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1월 20일 16시17분
고창, 인천강 어부의 피리 소리를 듣다
유영선의 '탄운정기'와 김정회의 고창 탄운정(灘雲亭) 8경 속 탄운정
△고창 탄운정(灘雲亭)
탄운(灘雲) 유춘석(柳春錫 1879~1955)이 만년에 휴양하기 위해 세운 정자다.
1954년 둘째 아들 유제풍(柳齊豊)이 부친을 위해 건립했다.
기문(記文)은 1924년에 건립한 현곡정사(玄谷精舍) 주인 유학자(儒學者) 현곡(玄谷) 유영선(柳永善 1893~1961)이 쓰고, 정내(亭內)에는 많은 시문이 걸려있다.
유춘석은 선친인 사천(沙川) 치선(致善)으로부터 가학(家學)을 시작으로 고창군 고수면 봉산리 출신으로 극기(克己)로 분노를 다스리고 명(銘)을 써 붙여놓고 엄격하게 자신을 다스리며 독서하며 글을 짓는 습성을 생활화하니 향리(鄕里)가 모두 본받았다.
탄운(灘雲)은 여울에 이는 구름이라는 의미인 만큼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한편 임실 사선대의 운서정(雲棲亭,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은 구름이 사는 곳으로 승지(承旨) 김양근의 아들인 김승희가 부친의 유덕을 추모하기 위해 6년에 걸쳐 지은 정자이다.
탄운정은 고창읍 주곡리 사계마을 위쪽(주곡리 776-1)에 자리하고 있다.
△유영선(柳永善)의 '탄운정기(灘雲亭記)'
'옛날 범중엄(范仲淹)이 항주(杭州)에 있을 때 자제들이 공이 벼슬에서 물러날 뜻이 있다고 여겨 전원이 있는 주택을 마련해 노년을 편안히 즐기는 곳으로 삼기를 청했다. 문정공이 말하기를 나이가 60이 넘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연못과 포전(圃)을 마련하여 어느 겨를에 와서 살겠느냐.
서도(西都)의 사대부들이 동산의 숲을 바라보며 주인이 된 자가 서로 놀 수 없는데 누가 나의 노는 것을 막으며 어찌 반듯이 자신을 위한 즐거움이 되겠느냐고 했다. 나의 마음은 진실로 그것을 알고 그의 심사가 환해서 사물에 얽매이지 않은 것에 감탄하며 칭찬했다.
우리 족종 탄운거사 화국(和國)옹은 당초에 정원이 딸린 집이나 숲속의 정자를 갖고 싶은 뜻이 없었으니 아마도 범문정공(范文正公)의 유지(遺志)가 아니겠는가. 지금 나이가 80이 가까워지니 둘째 아들 제풍(濟豊)이 살고 있는 사천(沙川)의 왼쪽 기슭에 작은 정자를 지어 피서하고 학문을 강(講)하는 곳으로 삼으려고 대충 완성했다. 옹은 심하게 거절하지 않고 이네 회옹(晦翁)의 필적을 집자(集字)하여 정호(號)를 걸으니 일찍이 자호한 탄운(雲)인데 석탄선생(石灘先生)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옹은 젊어서부터 독서를 좋아하여 경당 류상준 종장에게 종학하여 학문을 배우며 실행하였고 문리가 뛰어나니 우리 유학을 위한 것이었다. 오래지 않아 문충공 연재 송병선선생께서 사사(師事)했고 또 간재 전우 선생과 심석 송병순과 약재(約齋) 송병화(宋炳華) 제공의 문하에 왕래했다. 이것이 학문을 넓혔고 가문의 진로를 어긋나지 않게 했다. 풍류가 호매하고 언론이 뛰어났으면 문단의 우두머리로 동류들을 압도하니 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 모두 순종했다.
일찍이 나라 안의 여러 선생의 사원을 두루 배알하고 풍악과 두류산의 승경의 관람이 또한 흉금을 크게 씻어주었다. 남들이 간혹 벼슬하기를 권하면 달갑지 않게 여겼고 종묘와 사직이 폐허가 되니 풍천(風泉)의 감회와 맥수(麥秀)의 한탄을 단념하지 못하고 시간이 있으면 출사표(出師表)와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낭송하며 스스로 슬픔을 느꼈다. 우리 선조 국자공(國子公)이 원릉(元陵) 초에 성균관 장의로 복무하면서 연명으로 신임(辛壬)의리를 상소했고, 또 문묘의 석전에서 축사를 할 때 오랑캐의 연호를 배척해야 한다고 무릇 수 천자의 소(疎)를 지었는데 공은 그 글을 조석으로 외어 읊었다. 그것은 존양(尊攘)에 뜻을 붙였으니 이것은 실로 화양부자(華陽夫子)가 아픔을 참으면 원한을 머금고 부득이 한 대의(大義)에 절박했기 때문이니 아아 이것이 어찌 도라고 할 수 있겠는가.
돌아보컨대, 지금도 온 천지가 똑같이 어두워 군대가 제 멋대로 날 뛰고 예의와 윤리 강령이 대나무 울타리 같은 변방의 물건으로는 스스로 금하지 못 할 뿐만 아니며 하늘을 우러러 길이 탄식하니 선비들이 돌아갈 곳이 없다.
일찍이 관찰하여 보니 복괘(復卦)는 움직임을 따르니 예로써 동하고 몽괘(蒙卦)는 험하여 그치니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군자가 과감히 행하면 몽(蒙)은 하나가 아니지만 움직이지 않고 동짓달 관문을 닫아도 복(復)은 하나가 아니지만 움직인다.
옹은 때를 잘못 만나 출생하였으므로 오직 몸을 닦아 세상에 나타내기를 끝까지 구명하는 법으로 삼았다.
나는 장차 옹과 더불어 더욱 힘써서 과감히 덕을 길러 7일 만에 돌아오는 복(復)을 기다리겠다.
이렇게 써서 3남 제경이 요구하는 정기(亭記)에 응답한다.
따라서 경계하는 것은 자식이 부친의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마치 산수의 아름다움과 어조의 즐거움과 같아서 정신과 생각을 도와 발현하고 마음의 눈을 밝혀 넓혀주는 것이니 기술 할 수 없다고 으르겠다.(백운산인 영정 기)'
△김정회(金正會)의 고창 탄운정(灘雲亭) 8경
방장산의 새벽달
방장산 높고 높아 달 더디 오르고
영롱한 나무 그림자 한밤중의 시각이네
먼지와 소란이 잠깐 쉬니 산 모습 고요하고 한 조각 맑은 빛을 나도 저절로 알겠네
회암의 맑은 바람
나는 회산을 사랑하니 옛날 같이 푸르고
천년의 자양산과 우연히 이름이 같네
조석으로 우러러 볼수록 더욱 우뚝하니
오직 맑은 바람만 있어 세정과 다르네
서산에서 고사리를 캐다
서산에 올라 고사리를 케고 케니
흰 구름 다 날아가고 이슬에 옷이 젖네
채미가를 마쳐도 화답하는 사람 없고
돌아오는 길 나는 듯 한데 석양빛을 띠네
인천강 어부의 피리 소리
인천 강물은 유유히 흘러가고
양쪽 언덕 복사꽃이 십리나 되네
가는 비는 바람에 비켜 돌아오는 배 늦고
어부의 피리 한 소리가 강물에 가득하네
태봉의 낙조
들쭉날쭉한 숲 그림자 홀연히 당에 오르니
돌아보니 봉머리에는 석양빛이 기네
이슬 젖은 풀 치렁치렁 안개 나무에 둘리고
소나기 세 번에 초동의 노래 소리 바쁘네
고산의 맑은 안개
고산의 반쪽 면을 맑은 안개가 가렸으니
눈앞이 망망한 큰 들판이 남쪽에 있네
수 많은 푸른 산 모두 모양 갖추었으니
똑같은 아름다운 기운 사계절 먹음었네
고도의 해가 붉다
백일홍 꽃이 옛 섬의 머리에 붉었는데
보내고 맞이하는 적객 몇 번이나 근심했나
아득히 지나간 일 누구에게 물어 보리
산은 저절로 푸르고 물은 저절로 흐르네
문수사의 저녁종
안개 속을 바라보니 유별난 세상이 있어
짚신 신고 몇 번이나 신선 인연 찾았던가
좋은 문장은 고소성 밖의 한산사인데
멀리 종소리가 저녁 해 지는 곳에 들리네(안동 김정회)/이종근기자
지면 : 2025-11-24 10면
http://sjbnews.com/865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