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1월 20일 15시03분
[금요수필] 손녀와 나들이
송일섭
김제시에서는 벽골제를 알리기 위해 매년 10월이면 여기에서 지평선 축제를 연다. 우리는 해설사와 함께 커다란 용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용 한 마리는 용산에서 가지고 오고, 다른 하나는 김제시에서 제작한 것이다. 물론 용산에서 가지고 온 작가가 용을 제작했다. 벽골제에 대해 손녀들이 알 수 있도록 쉽게 설명 해주었다. 벽골제는 농사를 짓기 위해 1,700여 년 전 삼국시대에 1만여 명을 동원하여 만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지이다. 물을 저장하여 벼농사를 지었다. 백제 시대 이전부터였고 제방은 3.3km다. 농사를 짓는 우리 민족은 용이 물을 관리한다고 생각했다. 벽골제가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을 만든 것이다. 우리는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은 후 아리랑 문학마을로 이동했다.
먼저, 아리랑문학마을의 전시실을 관람했다. 이 전시실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 민족이 얼마나 핍박을 받아왔는지, 후손들에게 사진으로 생생하게 알리고 있는 역사현장이었다. 치가 떨리는 전시실을 나와 손녀들과 하얼빈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하얼빈역은 안중근 의사가 일본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한 곳이다. 중국 하얼빈역을 모방하여 짓고 동상으로 재현해 놓아 있었다. 하얼빈 역사의 벽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뿌리 없는 나무는 어디서 자랄 것이며, 나라 없는 민족은 어디서 편안하게 살겠습니까?”라는 안중근 의사의 어록이 붙어있었다. 하얼빈역사를 나와 그 앞 조그마한 집을 보았다. 솥단지만 달랑 있는 헛간 같은 갈대집이다. 우리 조상들이 일제강점기 시절에 만주에 살면서 살았던 집이라니 얼마나 어렵게 살았는지 재현해 놓은 것을 보니 가슴이 찡했다. 어린 청소년들이 이런 역사현장을 보고 더욱 분발하여 열심히 공부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얼빈역을 나와 일제강점기 시절의 죽산 주제소를 견학했다. 일제강점기 주제소는 지금으로 말하면 파출소이다. 이곳에는 우리 민족을 가두어놓은 유치장이 있고, 고문한 도구가 벽면이며 바닥에 전시되어있었다. 불로 지져 고문하기 위한 인두며, 뾰족뾰족한 갈고리가 벽에 걸려있다. 그 옆에는 심문한 책상이 놓여있다. 그 당시 사용했던 총과 칼도 있고 손발을 묶은 노끈들이 우리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손녀가 이것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시간만 있으면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손녀들의 마음은 어떤 느낌일까? 우리나라 주변에는 강국들이 버티고 있다. 그들과 대결해야 할 우리의 후손이다. 빈곤도 모르고 전쟁도 겪어보지 못한 우리의 청소년들이 한없이 걱정된다. 이 걱정이 기우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 여행을 같이한 두 손녀에게 큰 의미가 있기를 바란다.
송일섭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 등
전주 양지노인복지관 문예 창작 강사역임
현재 김제 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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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1-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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