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1월 20일 14시10분
[삶의 향기]축제는 누구나 함께 즐기는 자리여야 한다
여느 축제에 방문하게 되면 우선 축제장에 들어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을 거쳐야 한다. 바로 축제 주변 장소에 주차하기 위해서이다. 대다수의 축제는 셔틀버스 이용을 권장하지만, 축제장에 방문하는 많은 사람을 한 번에 수용하기는 배차 시간과 대수가 한정적이다. 이후 축제장에 들어오게 되면 축제에서 진행하는 부스 행사와 먹거리를 구매하기 위한 기나긴 기다림을 감내해야 한다. 대개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게 되는 점심시간의 경우 기나긴 줄을 뚫고 음식을 구매한 다음에 정작 장소가 협소해 편안하게 식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지만 여러 지역 자생 단체에서 판매하는 질 높은 음식으로 인해 그간 언론에서 지적된 소위 바가지 음식이 갈수록 줄어드는 점은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난 최근 축제의 풍경이다.
축제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가장 큰 불만을 느끼게 되는 점은 바로 무대 행사의 기다림일 것이다. 공연을 위해 방문하는 유명 가수들을 실제로 보기 위한 기다림은 팬심으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수 있다. 근래 축제에는 다양한 열성 팬을 보유한 가수들의 팬클럽들이 조직적으로 행사장을 방문하곤 한다. 많은 수의 팬클럽은 가수를 응원하기 위한 팬이자 곧 축제에 방문한 관광객으로 많은 홍보 효과와 관광 이익을 거두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축제에선 늘 많은 식순으로 공연을 기다리게 했던 여러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과한 내빈 소개와 축사는 행사의 기대감을 낮추고 실망감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바로 축제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공간과 콘텐츠의 접근성을 동시에 향상해야 많은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다. 공간적 접근성은 입지 환경을 대표적인 예다. 넓은 주차 공간과 공용 화장실을 비롯한 많은 편의시설의 구비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내는 것이 공간적 접근성을 끌어낼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자 해법일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관광객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 역시 필요하다.
이를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매년 최대 방문객 수를 갈아치우고 있는 경상북도 김천시의 김밥축제를 들 수 있다. 김밥 프랜차이즈 식당의 대표 격인 ‘김밥천국’을 줄인 김천시의 이름에서 착안한 김밥축제를 해마다 열고 있다. 김밥이라는 다소 평범한 음식을 대표한 축제이지만 올해 축제를 찾은 방문객이 15만 명 이상을 넘겼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준비한 김밥이 매번 축제 마무리 전 소진되는 등 경이로운 기록을 계속해 낸다. 이제 김밥축제는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축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김밥이라는 익숙한 음식을 통해 많은 사람을 끌어들임으로써 축제 기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 이외에도 김천시라는 이름을 전국적으로 홍보할 기회로 김밥축제는 성황을 이루고 있다. 또한 김밥축제에는 다른 지역의 축제와 다른 큰 차별성을 갖고 있다. 바로 장황한 식순을 과감히 삭제한 것이다. 축제의 주인은 곧 방문객이 되어야 한다. 지역을 대표해 간단한 소개와 축사는 진행될 수 있지만 자기 멋 내기용의 허례허식은 줄여야 한다.
지역의 특색에 맞는 음식과 콘텐츠 개발을 통해 관광객의 발걸음을 높인다면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고 문화도시의 명성에 걸맞은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지자체는 축제의 시작으로 한 해가 시작되고 축제의 마지막을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에 계획될 축제에서는 내실 있는 콘텐츠 개발과 불필요한 허례허식이 삭제된 축제가 기획되었으면 한다. 축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런 자리여야 한다. /신인철(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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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1-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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