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상래 - 2025년 11월 18일 12시21분
‘플라스틱’, 사라지는 쓰레기에서 되살아나는 자원으로
농촌진흥청 농업미생물과 안시현 농업연구사
최근 연구에서는 플라스틱이 물리‧화학적 작용으로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도시 하수, 강, 해양뿐만 아니라 북극 빙하와 인체에서도 검출되었다. 이 결과는 플라스틱의 환경‧인체 건강 영향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고, 문제 완화를 위한 기술 개발과 정책적 대응을 촉구하는 근거가 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대표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는 Poly(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 (PBAT), Polylactic acid (PLA), Polyhydroxyalkanoate (PHA) 등이 있다. 이들은 특정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서는 온도, 습도, 빛, 미생물 활성 등이 충분치 않아 분해가 느리거나 불완전한 경우가 적지않다. 이를 극복하려면 사용 중에는 안정성을 유지하다가 사용 후에는 자연환경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소재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토양, 해양, 하천 등 다양한 환경에서 분해될 수 있도록 분자구조를 설계하고 미생물‧효소 기반의 분해 촉진 기술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
최근에는 단순 분해를 넘어 업사이클링 개념이 떠오르고 있다. 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분해되며 생성된 분해산물을 미생물 대사를 통해 유기산, 바이오연료 등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전환하는 접근법이다.
대표적으로 PBAT는 분해 과정에서 아디픽산, 부탄디올, 테레프탈산 등을 생성하며, 일부 세균이 이를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2024년에는 효소를 통해 PBAT를 세 가지 주요 물질로 분해 후 95% 이상의 순도로 회수하고, 그 중 하나인 아디픽산을 다른 물질과 반응시켜 나일론 계열인 폴리아마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가 보고되었다. PLA에서도 분해산물인 젖산을 프로피온산과 같은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전환한 연구가 2023년에 발표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순환경제 관점에서 플라스틱 자원을 새로운 유용 자원으로 전환하는 혁신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여러 연구기관들이 미생물 기반의 플라스틱 전환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플라스틱 분해효소인 PETase를 이용하여 PBAT-PLA 멀칭필름을 분해한 후 배양액을 분석해 분해산물의 화학구조를 확인하였다. 이어서 특정 세균이 이러한 분해산물을 이용해 유용물질을 생산하는지 밝히는 연구가 후속으로 진행 중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미래세대를 위한 자원으로 되살리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지않아 폐플라스틱은 ‘사라지는 쓰레기’가 아니라 ‘되살아나는 자원’으로 재정의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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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1-1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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