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1월 06일 14시45분
[전북의 창]'농촌의 재생 ~ 기념일을 넘어 실천으로'
그러나 오늘의 농업은 단순한 기념과 축하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현실 앞에 서 있습니다.
박수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제도와 현실이 맞닿는 지점을 냉정히 바라보며 농촌 재생의 실천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인한 휴경지와 빈집의 증가는 농촌 공동체의 미학과 기능을 동시에 잠식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개인의 무관심이 아니라, 제도의 빈틈에 있습니다.
현행 제도는 농지의 공익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불합리와 비효율이 겹쳐 있습니다.
법률상 농지의 소유와 이용에는 여러 제한이 존재하지만, 도시민이나 외국인은 일정한 법적 요건만 충족하면 대규모 농지를 매입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정작 땀 흘려 일하는 농민은 농지를 확보하기 어렵고, 일부 농지는 비경작 상태로 방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농민이 스스로 이를 해결하려 해도 제도가 길을 막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령 농민이 자신의 농지를 젊은 농민이나 인근 주민에게 임대하거나 위탁 경작하려 해도, 현행 농어촌공사 중심의 농지은행 제도는 복잡한 행정 절차와 과도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농민의 의사보다 기관의 절차가 우선시되며 농지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본래의 취지와도 어긋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제도적 경직성은 오히려 휴경지를 늘리는 역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농민은 스스로의 땅을 맡기려 해도 법적 요건이나 형식 요건에 막혀 임대할 수 없고 농어촌공사는 현장의 현실보다 ‘서류상 관리’에 집중하며 제도 운영의 본질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농어촌공사는 농민이 자유롭게 농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어야 하며, 농지를 묶어두는 행정기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합니다.
농민이 합법적이고 투명한 절차 아래에서 원하는 사람에게 자유롭게 농지를 임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사적 권리의 남용을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공익적 목적과 개인의 경작 자유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제도를 합리화하자는 것입니다.
해결의 길은 유화적 접근과 제도적 결단을 병행하는 데 있습니다.
첫째, 휴경지에 대한 책임성 강화가 필요합니다.
일정 기간 이상 경작이 중단된 농지에는 실효성 있는 과태료 부과 등 현실적인 조치를 취해, 농지를 방치하는 행태를 줄이고 실제 경작 의지를 가진 농민에게 기회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둘째, 빈집 문제는 단순 철거가 아닌 재활용 중심의 전환 정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축산업의 경우 축산업자가 3년 이상 축산 활동을 하지 않으면 축사나 막사를 철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원리를 농촌 주거지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2년 이상 빈집으로 방치된 주택에는 환경분담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일정 수준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면 방치를 줄이고, 소유주가 지역 주민이나 귀농·귀촌 희망자에게 임대 또는 매각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제재가 아니라 농촌 환경을 개선하고 도시민이 다시 농촌을 찾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제도는 ‘빈집 활용’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귀농·귀촌을 위한 명분과 동력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농지 거래와 임대 절차의 합리적 정비 및 지방분권 강화가 필요합니다.
중앙의 일률적 규정보다 각 지역의 현실과 농업 형태를 반영한 지역별 농지 관리제도가 필요합니다.
도 단위의 자치도가 강화되면, 현장 농민의 목소리가 행정에 직접 반영될 수 있습니다.
법률적으로 농지는 단순한 사적 재산이 아니라 국가적 자산이자 공익적 재화입니다 따라서 농지법과 관련 제도는 형식적 규제에 머물지 않고 농지의 실질적 이용과 지역사회 유지에 기여해야 합니다.
법의 목적(식량 안보 지속 가능한 농업 경관 보호)을 명확히 하면서도 제재 중심이 아닌 경작과 재활용을 촉진하는 인센티브 기반의 유연한 제도 운영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농민에게 자유를 주는 동시에 농촌의 자율적 회복력을 키우는 길입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농어촌공사는 농민이 자유롭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농지를 지키고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회복하는 진정한 농업인의 날’의 의미일 것입니다.
농업은 산업이 아니라 생명의 순환이며, 국가의 뿌리입니다.
그 뿌리를 다시 튼튼히 세워, 들판에서 배우는 삶의 가치와 마을의 온기를 되살릴 때 비로소 농업인의 날은 기념을 넘어, 실천의 날이 될 것입니다.
/송완복(농업법인 자연가 이사장,자연치유생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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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1-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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